국민의 인권과 사생활에 가장 위협적인 사업이나 인물, 단체에 수여되는 ‘빅브라더 상’ 시상식이 지난 22일(화)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열렸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정보의 독점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감시권력’을 의미하며 현재 빅브라더 상은 20여개 국가의 시민단체들이 해마다 수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빅브라더 상이 수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 정부의 주민등록제도 ▲개인 생체정보 수집과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추진해 온 정보통신부 ▲휴대폰 불법복제로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한 삼성SDI ▲도청 파문의 진원지 국가정보원이 각각 사업 부문, 정부 부문, 기업 부문, 특별상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수상자로 분장한 배우들이 익살스런 연기를 펼치는 꽁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11일 ‘빅브라더 상 조직위원회(빅브라더 상 조직위)’를 발족시키고 홈페이지(http://www.bigbrother. or.kr)를 통해 누리꾼들을 상대로 후보를 공모해왔다. 이 과정에서 총 27개 사업 및 단체, 인물이 후보로 선정됐으며 박근서 교수(대구가톨릭대ㆍ언론광고학부), 안태윤 변호사, 도강호씨(서울대 「이공대신문사」 기자) 등 인권, 법률, 정보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들 외에도 유력한 후보들은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문 날인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기륭전자와 성진애드컴은 비밀리에 설치한 CCTV로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이유로 각각 후보에 올랐다. 한편 서울대도 기숙사 각 동에 출입 카드열쇠 대신 정맥인식기를 설치해 민감한 생체정보를 사생들의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이에 대해 서울대측은 빅브라더 상 조직위에 “사생들이 정맥인식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정맥인식기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다시 카드열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장 앞에서는 인권ㆍ사생활 침해 사례를 고발하는 전시회도 열렸다. 학생들의 사이트 방문 내역이 기업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고려대 내의 일부 기부 컴퓨터, 청계천 강변을 따라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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