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홍성필 교수 

지난달 19일(수) 대학원연구동(39동)에서 홍성필 교수(산업공학과)를 만났다. 2006년부터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은 홍 교수는 최적화 모형 및 응용 분야를 주로 연구해 왔다. 곳곳이 비어있는 그의 연구실 책장은 이곳의 주인이 곧 떠나리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는 “늘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나아졌다는 확신이 들기도 전에 시간이 다 가버려 아쉽다”라며 정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Q. 최적화 모형 및 응용이라는 분야를 설명하자면?

A. 최적화란 주어진 제약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정해진 목적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전철을 예로 들어보자. 전철은 연속하는 앞뒤 열차 간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을 갖는다. 이 조건 아래에서 승객의 불편이나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철 운행 일정을 찾는 것이 최적화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변수와 수리적인 모형으로 나타내고 알고리즘을 사용해 최적화하는 것이 내 주된 연구 분야다.

 

Q. 비대면 강의 시절, 녹화된 강의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 재녹화까지 해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강의평이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강의에 임했나?

A. 처음에는 비대면 강의에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녹화된 강의 영상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점차 실감했다. 또 내 강의가 기록으로 남게 되니 조금 더 긴장감을 가지고 강의 내용에 신경쓰게 됐다. 비대면 강의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강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강의가 일관적이고 유기적인지, 경험과 확신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는지 등을 말이다. 이런 노력에 따라 학생들에게 닿는 울림이 달라진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는 한다.

 

Q. 경영과학/최적화 연구실의 지도교수로 있었다. 지도교수로서 본인만의 철칙이 있다면?

A. 학기 중에는 주 1회, 방학 중에는 주 2회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이 논문을 선정해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실에서 만난 학생들의 헌신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18여 년간 지켜온 원칙이다. 이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이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했다. 사회에 나간 제자들은 그때의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전하고는 하지만, 당시 학생들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발표를 평가할 때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Q. 교수의 삶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었는가?

A. 크고 작은 좌절을 여럿 겪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순간에 특히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학생을 지도하기에 내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너무 오래된 것은 아닌지, 심지어는 내 품성에 스스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와 같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군자는 표변하고 소인은 혁면한다’라는 『주역』의 구절을 되뇌었다. 변해야 한다면 흉내만 내지 말고 표범의 가죽처럼 온전하고 찬란하게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들에게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되새길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Q. 연구에 오래 몸담아 온 학자의 입장에서 우리 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남기고픈 제언이 있다면?

A. 정부와 공공, 그리고 민간을 합한 대한민국의 전체 연구개발비 중 대학의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다. 즉 연구개발비의 아주 많은 부분이 대학 밖의 상업적인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의 상업성도 중요한 가치지만, 그것만 강조하다 보면 대학의 고유 역량을 잃게 된다.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한 연구 활동과 수준 높은 강의를 장려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다소곳이 모인 두 손과 겸손함이 배어있는 언어에서 성찰과 변화를 멈추지 않으려는 홍성필 교수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홍 교수는 “서울대 교수가 되면 뭐가 좋냐고 주변에서 물을 때가 있다”라며 “그러면 단연코 좋은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지적이고 정감 있는 학생들을 만나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분야의 연구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넘치는 행운이었다”라며 학생들에게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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