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경영학과 박철순 교수

지난달 25일(화) 매니지먼트센터(59-1동)에서 박철순 교수(경영학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경영대 학장,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전략 경영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자산에 관해 연구해 온 대선배로서 박 교수는 진정한 자산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Q. 전략 경영학은 무엇인가?

A. 전략은 전술과는 다르다. 가령 전술이 이미 선정된 전장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행위라면, 전략은 그 전장을 선택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경영학에 대입하면 경영학에서의 전략이란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어느 시장에서 시작할 것인지, 누구를 고객으로 목표할 것인지 등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Q. 1994년 경영 아카데미 저널(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최고의 논문에 선정된 적이 있다. 당시 어떤 내용을 연구했는가?

A.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연구였다. 기업 지배구조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며 생기는 이해 상충과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로, 대표적인 실현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소유자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도록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공시제도나 사외이사 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위 논문은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연구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 이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내용 분석이라는 측정 방법을 활용했다. 내용 분석은 경영자가 소유자에게 보내는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경영자들의 숨겨진 생각을 판단하는 방법인데, 학계로부터 신뢰도 높고 효과적인 도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Q. 많은 기업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경영학의 미래가 궁금하다.

A. 시스템을 유연하게 하고, 인간적이면서 창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영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영 방법을 국가와 기업의 문화에 알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기업은 과학적 경영이라는 과거 미국 기업의 구조를 따라가려고 한다. 과학적 경영은 사람이 아닌 철저한 규정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로 ‘원숭이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개인의 창의성이 억압되므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 현재 많은 선진국이 과학적 경영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업은 원숭이가 운영할 수 없는 경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무작정 외국의 경영 방법을 모방하지 말고 문화에 맞는 혁신적인 경영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Q. 올바른 대학 생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대학 생활에서는 지식을 쌓고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기르는 등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취업 준비로 인해 스펙을 쌓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알차고 보람된 대학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인적 자본 중 정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갖출 수 있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정서적 자본은 지식을 실천에 옮기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도전해 실패와 성공을 겪어봄으로써 기를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주위 사람들을 믿고 도와주고 봉사하며 기를 수 있다. 수업을 듣고 지적 자본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정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경험을 하기를 소망한다.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다른 사람을 돕고 베푸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은 평등하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면 보답을 기대하지 않아도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결과를 돌려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베푸는 삶을 살면 내가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고 도와줄 동료와 선후배를 얻게 된다. 또한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소득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직업별 평균 소득은 차이가 날지라도 각 분야 권위자의 소득은 비슷하다. 즉 평균 소득이라는 기준으로만 진로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의 권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삶의 이유와 행복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박철순 교수는 “과거의 학생들이 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지금의 학생들도 하는 것 같다”라며 “내가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들이 대학 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돕고 싶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박선영 수습기자

leena1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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