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권오현 교수

지난달 26일(수) 사범관3(11동)에서 권오현 교수(독어교육과)를 만났다. 권 교수는 독일 문예 해석학과 교육학 연구에 힘쓰는 한편, 한국과 서울대의 인재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퇴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퇴임했다는 것은 고정된 업무를 그만두는 것일 뿐 삶이나 관심사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저술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답하는 권 교수의 모습에서 학자로서의 열정이 엿보였다.

 

Q. 문학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문학에 관한 관심이 줄고 있다. 하지만 문학은 세상의 일부분인 동시에 세상 전체를 담아낼 수도 있는 요술 거울과 같은 존재다. 나아가 문학은 현실의 파도를 살아갈 때는 알 수 없는, 그 파도를 만드는 이면의 바람을 조망하는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문학을 배우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 인정받았고, 그 가치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본다.

 

Q.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타국의 글을 ‘세계 문학’이라 부르며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작가와 독자의 문화가 어우러지게끔 하는 상호문화학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상호문화주의란 서로 다른 문화가 병렬적으로 공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창출될 수 있다. 이런 태도로 독문학을 해석한다면, 한국의 독자는 독일의 해석 방법을 그저 따를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고유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Q. 독일 문예 해석학과 교육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진행한 연구와 그 결과를 소개해 달라.

A. 독일 문예학 연구를 진행하며 문학성은 작품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독자와 문자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현된다는 일관된 관점을 취했다. 인간은 문학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자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성을 포함하는 무언가를 덧붙인다. 나는 이와 같은 인간 이해의 특성을 교육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으므로 교육 과정에서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이다.

 

Q. 서울대 입학본부장으로서 대입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교육과정에 대한 본인의 철학이 있는가?

A. 산업 사회에서는 학교급별 졸업장이 교육의 정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은 학교-대학-직업 세계가 협력해 개개인을 양성하는 연계 교육의 시대다. 따라서 사회 시스템이 요구하는 특정한 능력과 형태를 가진 동일한 개개인을 생산하던 과거의 형태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향성을 존중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이뤄내야 한다.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방안으로 내가 강조해 왔던 것은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권 확대, 선택 과목에 대한 상대 평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며 개별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Q. 서울대 학생이 어떤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지식을 넘어 역량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 인재라는 말을 한자로 표현하면 재주 재(才)를 쓰는 인재와 재목 재(材)를 쓰는 인재로 구분되는데,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재는 재목 재(材)를 사용한다. 이는 능력 자체가 뛰어나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맥락에 맞게 실행해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해 내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의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의술에 능한 의사를 넘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병원을 찾게 만드는 의사가 바로 인재(人材)에 해당한다.

 

서울대 학생에게 남기고픈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오현 교수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을 스스로 꺼내며 자만하지 말고 기품 있는 사람이 돼라”라고 답했다. 권 교수는 “처음 교수가 되던 때 은사님께서 나에게 하셨던 말”이라며 “뛰어난 실력을 갖추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라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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