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기무라 준페이 교수

지난달 27일(목) 수의대(85동)에서 기무라 준페이 교수(수의학과)를 만났다. 수줍지만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환대하는 모습에서 그의 친절함이 느껴졌다. 기자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기무라 교수의 말을 손준혁 연구조교수(수의과학연구소)의 통역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서울대 최초의 일본인 교수인 그는 14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한 소회를 풀며 말문을 열었다. 

 

Q. 서울대 내 첫 일본인 학자로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내가 지원할 당시에는 외국인 교원 임용에 대한 특별 규정이 없었다. 한국인 지원자와의 경합을 거쳐 채용됐기에 교육과 연구 두 분야 모두에서 한국인 교원 이상의 활약이 요구됐다. 임용 당시인 2007년에 한일관계가 냉담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는데, 그래도 수의학은 정치문제와 제일 멀리 떨어진 분야인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교수와 학생에게는 내 일거수일투족이 일본인의 전형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항상 국가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근무했다.

 

Q. 많은 동물들 중에서 야생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일본에 있을 때는 실험 생물학을 주로 연구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후 한국의 동물 표본이 너무 적다고 느꼈고, 이에 한국 전역의 야생동물 구호센터와 협력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동물 사체를 구해 골격 표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생명공학연구동(81동) 수의학박물관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의 표본을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이 표본들을 바탕으로 기존에는 아종으로 여겨지던 한국과 일본의 너구리가 서로 다른 개체라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Q.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교수로서 서울대에서의 근무는 어렵지 않았는가?

A. 물론 매우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50세의 나이에 한국어를 처음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교내에 외국인 교수를 대상으로 열리는 한국어 강좌가 있어 이를 활용해 한국어를 배워보고자 했다. 또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에서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말해가며 한국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내 아내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싱가포르인인데, 우리는 언어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이처럼 비언어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하면서 언어라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자신만의 특별한 교수법은?

A. 교과서에 쓰여 있는 딱딱한 개념보다는 뒷이야기나 배경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방식을 즐겨 사용하며 강의하고는 했다. 또한 수강생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주제를 주고 논의하게 한 후 영어로 발표시켰다. 이와 같은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하고 소통하는 수업 방식을 택한 것은 내가 외국인 교원이라 관습을 고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한편 나도 학생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다 보니 영어로 수업하는 과정에서 서로 노력이 필요했다. 이에 수업 과정에서 한국인 학생들 특유의 영어 표현과 나의 특유 영어 표현 간의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왔다. 난해한 어휘의 사용을 최대한 지양했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를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노력했다.

 

Q. 퇴임 후 제2의 삶에서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60세부터 시작한 취미인 테니스, 색소폰, 하이쿠*를 계속해 갈 생각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일본 방송통신대에 편입해 일본어 교육학을 배웠는데, 지난 9월 학사를 졸업하고 일본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도 방학이면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데, 나중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근로자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도 해보고 싶다.

 

기무라 교수는 감성 역시 강조하며 취미와 동아리 등을 통해 공부 이상으로 중요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운동, 예술, 문학, 해외여행 등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능력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될 것을 당부하며, 심신이 모두 건강하고 풍부한 인생을 걷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정을 떠나 새로운 도전과 감성을 마주하는 그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今までお疲れ様でした。(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하이쿠(俳句): 일본 정형시의 일종.

 

사진: 박선영 수습기자

leena1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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