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백롱민 교수

지난달 31일(월) 분당서울대병원 5층 성형외과 의국에서 백롱민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백 교수는 △의과대학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사단법인 세민얼굴기형돕기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선천성 안면기형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백 교수가 오랜 기간 해온 봉사에 관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는 그로부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Q. 성형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의대를 졸업할 당시 성형외과가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젊은 의사로서 성형외과에 눈길이 갔다. 성형외과를 선택하면 학문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성형외과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Q. 재건 성형은 미용 성형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A. 사실 재건 성형과 미용 성형은 구분하기 어렵다. 현대적 의미의 성형외과는 2차 대전 때 얼굴만 내놓고 참호 속에서 총을 쏘는 형태의 전쟁이 증가하면서 얼굴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됐다. 즉 본래 성형외과에서는 비정상적인 형태 또는 기능을 정상적인 형태와 기능으로 대체하는 의료를 제공했다. 한편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개인이 원하는 형태에 맞춰 성형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미용 성형이라는 분야로 발전했다. 그러므로 어느 범위까지가 재건 성형이고 어디까지가 미용 성형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두 분야 모두 사람의 외적 부분을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성형외과 분야로 보는 것이 옳다.

 

Q. 성형외과 의사로서 특별히 가지게 된 가치관이 있는가?

A. 얼굴 기형을 주로 다루다 보니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끔 얼굴 기형을 가진 환자들을 보고, 그들이 얼굴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결함이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환자를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환자를 대할 때는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의사로서 일해왔다.

 

Q. 1989년부터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통해 봉사했는데.

A. 형인 백세민 박사를 따라 시작하게 됐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는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백세민 박사가 지인들과 힘을 모아 시작한 단체다. 몇몇 지인들이 모여 얼굴 기형 소아의 수술을 돕기 시작한 것이 규모가 점점 커지다가, 1996년에 사단법인을 만든 이후부터는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단법인이 된 후부터는 베트남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도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 추구한 궁극적 목표는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현지 의사들이 직접 수술할 수 있도록 배움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래서 베트남 의사들에게 관련 지식을 가르쳐 주고, 특별히 더 공부하고 싶다는 몇몇 학생들은 1년 동안 연수도 보내주고 있다. 직접 가서 수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봉사이자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아이들과 부모의 미소를 볼 때다. 얼굴 기형의 소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것이 그들의 탓이 아닌데도 죄책감을 느끼고는 한다. 그러나 수술하고 나면 아이들도 미소를 되찾고 부모의 얼굴도 그야말로 환하게 핀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미소를 보는 일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봉사는 계속할 생각이다.

 

Q. 2019년부터 2년간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일했을 당시의 목표나 포부 그리고 이룬 성과가 궁금하다.

A. 분당서울대병원은 2008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선두가 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나 역시 부원장과 원장으로 일했을 때 이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지금의 병원은 건물도 새로 짓고 의사나 간호사 등의 수도 늘려, 많은 환자를 수용하면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 만든 디지털 병원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

 

백 교수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대로, 나만의 방향성은 가지되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라며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은퇴 이후에도 펼쳐질 백롱민 교수의 선행에 응원과 존경을 표한다. 

 

사진: 최수지 수습기자 

susie20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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