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사회대 교수ㆍ사회복지학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과정에 대한 윤리성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주요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하는 뉴스거리가 되었다. 국가 권력기관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자행한 도청의 윤리성 문제가 더 이상 메스컴의 주목을 못 받을 정도이다. 한국의 자부심이요, 서울대의 자랑이었던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자칫하면 한국 과학계의 불명예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책이 요구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사용된 난자의 제공 과정이 연구대상자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연구 윤리규정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였는가이다.

미국에서 연구대상자 보호가 공식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된 시점은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윤리 원칙과 지침을 제공한 벨몬트보고서가 1978년에 발간되면서부터이다. 연방정부에서 위촉한 특별위원회가 1974년부터 근 5년간의 활동을 통하여 제출한 벨몬트보고서는 연구대상자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중, 연구의 유익성, 그리고 연구대상자 선정과 연구결과 활용에서의 정의 추구라는 세 개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그러한 원칙에 근거한 윤리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원칙은 연구의 유익성에 관한 부분이다. 연구의 유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연구대상자가 처할 수 있는 위험과 연구로부터 기대되는 이익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즉, 연구로부터 기대되는 이익이 적을 경우는 작은 위험발생 가능성도 배제되어야 하지만, 연구로부터 기대되는 이익이 큰 경우는 어느 정도까지의 위험발생 가능성을 인정할 것인지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이익은 연구대상자 자신에 대한 이익뿐만이 아니라 연구결과가 미칠 사회적 이익까지를 포함하여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위험과 이익의 형평성 고려도 연구대상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존중과 정의의 추구라는 대원칙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원칙들의 적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과정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예를 들면 나 같은 사회과학자로서는 황우석 교수 팀의 연구과정에서 난자채취 과정이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지 또 연구의 결과가 어떤 사회적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어림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그 형평성을 과학적으로 따져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와 판단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폭로성 기사와 그에 대한 일시적 대응과 자의적 해석으로 점철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어느 한 연구자의 윤리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의 연구대상자보호체계의 원칙과 그러한 원칙의 적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한다.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러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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