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신분인 학생들도 서울대의 일원인데… 물론 대학 본부 사정도 있겠지만, 군 원격강좌에 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현재 군 복무 중인 이공계열 학부생 A씨는 이번 학기 군 원격강좌를 수강신청했다. 군대에서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해 두면 전역 후 여유로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올해 2학기 개설된 3개의 군 원격강좌 중 A씨는 그의 졸업 요건에 부합하는 교양 과목인 ‘그리스.로마신화’를 신청했다. 그는 “좀 더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으면 했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2007년 국방부에서 도입한 일명 군 이러닝(e-learning) 제도는 군 복무 중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로 군 휴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막는 것이 그 취지다. 국방부 웹사이트인 나라사랑포털에서 원하는 강의를 수강신청한 군 휴학생들은 각자의 여유 시간에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데, 주로 컴퓨터가 갖춰져 있는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하거나 휴대 전화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식이다. 수업의 거의 모든 과정은 온라인으로 이뤄지지만 오프라인 시험을 보는 강의도 있다.

서울대는 2016년 군 이러닝 제도에 참여한 이래 매 학기 강의를 개설하고 있으며 그 수강 대상은 군 휴학생으로 제한된다. 학사과에서 교수자 모집 등의 운영을 주관하고, 기초교육원 온라인학습부가 담당 교원과 소통해 강의 촬영 및 제작을 지원한다. 등록금은 3학점당 132,500원으로 일반 계절학기 강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방부의 지원으로 학기 말에 등록금의 80퍼센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군 원격강좌는 그 수요에 비해 선택지가 적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사과에 따르면 이번 학기 개설된 강의를 수강신청한 인원은 지난달 30일 기준 △그리스.로마신화 216명 △지구환경변화 154명 △행정학서론 67명이었다. 세 강의 모두 정원은 200명으로, ‘그리스.로마신화’의 경우 정원 외 신청까지 포함한 수치다. 2022학년도 1학기까지는 군 원격강좌를 수강해 학기당 3학점, 복무 중 총 6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제62대 총학생회(총학) 「자정」이 군 원격강좌 이수 가능 학점 확대를 요청해 내부 심의가 이뤄졌다. 이에 ‘서울대학교 원격수업 등에 관한 운영 지침’이 개정되며 최대 이수 가능 학점은 학기당 6학점, 복무 중 총 12학점으로 확대됐다. (『대학신문』 2022년 5월 30일 자) 이와 관련해 학사과 관계자는 “운영 지침 개정 이후 군 원격강좌의 수요가 더욱 늘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지난 5년간 개설된 강의의 수는 학기 평균 3.1개에 그쳐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물론 교내 군 원격강좌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정」은 지난해 10월 열린 교육개선협의회에서 2023학년도 2학기에 최소 4개의 군 원격강좌를 개설하겠다는 본부의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대학신문』 2022년 10월 10일 자) 하지만 이번 2학기 열린 군 원격강좌는 여전히 3개뿐이었다.

이에 제63대 총학 「정오」는 “군 원격강좌의 개발이 과도기적 상태에 있다”라며 “강좌 개발에 대한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이고 교원 모집 과정도 필요하다 보니, 당장 2학기에 많은 수의 강좌를 열기는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학사과 측은 “군 원격강좌는 콘텐츠 가독성 및 적정 음향을 고려해 스튜디오에서 제작돼야 하기에 자원과 인력 문제상 짧은 시간 내에 강좌 수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군 원격강좌를 진행하는 교수님들께 스튜디오 대관 및 촬영 인력을 지원하고 강의 개발비도 지급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군 원격강좌 증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학사과는 올해 처음 군 원격강좌 공모 사업을 진행해 일반 교양 1과목을 새로 선정했으며, 2024학년도 1학기 개설을 목표로 신규 강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학사과 관계자는 “강좌를 한 번 개설하면 3개 학기 이상 개설을 지속하도록 의무화하는 조건을 신설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타 대학 중에는 서울대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강좌를 개설한 곳도 있다. 2023학년도 2학기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12개, 홍익대는 29개의 군 원격강좌를 개설했다. 두 대학 모두 자체 개발한 인터넷 강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울대와 비슷하지만, 재학생과 군 휴학생이 강의를 함께 듣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학점교류 협약을 맺어 군 원격강좌의 선택지를 늘린 대학도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대학은 2007년부터 학점교류를 시행했으며 현재 경상국립대를 비롯한 16개 대학이 이 제도에 참여하는 중이다. A씨는 “적어도 선택지가 많다는 점에서는 타 대학의 군 원격강좌 시스템이 서울대보다 앞서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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