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정신질환과 강력범죄의 연관성 규명

지난달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지난달 4일 발생한 ‘대전 교사 피습 사건’의 피의자들은 공통적으로 중증 정신질환 이력이 있었다. 불과 하루 사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강력범죄가 연달아 발생하자 언론은 피의자들의 정신질환 이력과 치료를 중단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서둘러 법원이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사법입원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논의의 밑바탕에 있는 ‘정신질환이 강력범죄의 원인이 된다’라는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정신질환과 강력범죄의 오버랩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간한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 2021」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평생유병률은 약 27.8%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인생에서 한 번 이상 정신 관련 질환을 앓는다는 의미다. 특히 대다수의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겪고 있다고 알려진 조현병은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의 하나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50만 명의 조현병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발성 우울장애와 흔히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정동장애도 강력 중증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2019년 한 해만 17만 3000여 명이 이런 중증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

적지 않은 사람이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회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 2019」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문항에 64.5%가 동의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사회에 정신질환자들을 위험 인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라며 “사회복지사업법, 모자보건법, 아동복지법 등 정신질환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28개의 법안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신질환이 각종 강력범죄와 함께 언론에 언급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된다고 분석한다. 언론인권센터 한상희 사무처장은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 혹은 용의자의 정신질환 이력 여부를 알리는 것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강력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게 한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피의자가 정신질환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종로구정신건강복지센터 서화연 센터장은 “대중 매체가 정신질환자들의 반사회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작용을 하고 있다”라며 “정신질환이 일상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강력범죄와 함께 언론에서 언급될 때 그 둘이 강력한 인과관계에 있다는 인상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중증 정신질환의 오해를 풀 때

그렇다면 정말로 중증 정신질환과 강력범죄는 강력한 인과관계를 가질까? 중증 정신질환과 강력범죄 발생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강상경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정신과적 증상 중 망상, 환청 등과 같은 일부 증상은 병식*이 없는 경우 현실과 혼돈될 수 있어서 간혹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범죄와 같은 외향적 행동보다는 회피와 같은 내향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높다”라고 말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정신장애 범죄자는 8,850명으로 전체 범죄자 124만 7000여 명 중 0.7%에 불과하다. 또한 전체 정신질환자 대비 정신장애 범죄자 비율도 0.3%에 그친다. 이는 2021년 총인구 대비 전체 범죄자 비율이 약 2%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강력범죄로 좁혀 봐도 인구 만 명당 강력범죄자는 4.4명인 데 비해 정신장애인은 만 명당 강력범죄자가 2.3명에 불과하다. 

이런 지표는 결국 현 사회가 정신질환을 강력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오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화연 센터장은 “미디어에서 이른바 내부 귀인의 오류를 범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강상경 교수는 내부 귀인의 오류와 관련해 “특정 행위나 현상을 경험할 때, 한정된 자원으로 그 원인을 귀인하려고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범죄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을 뿐, 정신질환 이력이 범죄의 결정적 요인이 아님에도 그것이 눈에 띄는 특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원인인 양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병식(病識):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

 

어긋난 편견, 제자리걸음인 치료

정신질환자를 사회의 암묵적인 위험 요인으로 낙인찍는 시선은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파도손의 박환갑 사무총장은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 탓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전했다. 서화연 센터장은 “많은 젊은 환자가 부모님이 치료를 반대해서 몰래 치료를 받으러 온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편견이 치료 인프라 확충 등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답했다. 서화연 센터장은 “범죄자 개인의 정신질환 이력에 집중하면 정작 중요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놓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상경 교수는 2019년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사람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다섯 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피의자 안인득이 정신질환자임이 알려진 후,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요건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책이 논의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의 본질적 원인은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 치료 인프라가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암묵적인 인식에 매몰돼 정작 필요한 치료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당사자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정부가 중증 정신질환 치료 인프라에 대한 언급 없이 제시한 사법입원제 또한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책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법입원제는 가정법원 판사의 판단으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신석철 상임대표는 “정부의 사법입원제는 강력범죄 대책이지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정부마저도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듯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상임대표는 “진정한 치료적 의미를 가진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려면, 이미 이를 도입한 미국과 프랑스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환갑 사무총장은 “사법입원제 도입에 앞서 부족한 급성기 병상을 확충하는 등 정신병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들을 비정신질환자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낙인찍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 서화연 센터장은 “정신질환자 역시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 하는 동일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미디어나 일상생활에서 접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한상희 사무처장은 “의식적으로라도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라며 “언론 수용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언론에는 자극적인 기사의 유혹에서 벗어나 편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신석철 상임대표는 “정신질환은 당뇨병과 같다”라며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당뇨병 치료의 목적이 일상으로의 복귀듯이, 정신질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를 벗어던질 때, 비로소 정신질환의 치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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