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육사)의 홍범도 장군(홍 장군) 흉상 이전 계획으로 촉발된 논란이 거세다. 발단은 지난달 25일 육사가 교내에 있는 홍 장군을 포함한 5명의 독립군과 독립운동가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었다. 이후 지난달 28일 국방부는 흉상 이전 계획을 수정해 대부분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지 않기로 했지만, 홍 장군 흉상 이전만은 취소하지 않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같은 날 국방부는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이름도 필요에 따라서는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흉상 이전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로 독립군이 희생당한 자유시 참변에 홍 장군이 개입한 의혹과 그가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쉽게 반박된다. 우선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기록은 공식 사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 무장 독립운동을 하던 세력이 소련이나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홍 장군이 공산당에 가입한 것 역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도 홍 장군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적 있다. 

국방부는 주적인 북한을 상대하는 군인을 기르는 육사에 ‘공산주의자’의 흉상을 놔두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 장군은 1943년 사망한 인물로, 설령 그가 공산주의자였다 하더라도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과 적대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자였다는 주장만으로 동상을 철거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를 타고 내려가면 일제강점기 무장 독립운동이 있다. 현재 한국의 주적이 북한이듯 그때 독립군의 주적은 일제였다. 한국전쟁 때 북한을 상대했던 국군과 강점기 시절 일제에 맞섰던 독립군 모두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적과 상대했다. 똑같이 나라를 위해 주적과 싸운 영웅을 두고 누구의 동상은 육사에 두기 적합하고 누구의 것은 부적합하다고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번 일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확인됐다. 사실상 방관이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범도함’ 명칭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비춰볼 때 대통령은 흉상 이전에 긍정적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대통령은 최근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라고 강조했으며, 지난 1일(금)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국방부가 지금 벌이는 일이 최근 대통령이 벌이는 이념 공세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번 일을 이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아니라고 전하고 싶다.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카자흐스탄에 있던 홍 장군의 유해 송환을 처음 추진한 것은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였다. ‘홍범도함’의 명칭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한 것이다. 어떤 보수 정권도 홍 장군을 이념의 잣대로 깎아내리지 않았다. 부디 대통령은 방관하지 말고 국방부의 무리수를 멈춰주기를 바란다.

 

삽화: 박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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