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열 차장(취재부)
박승열 차장(취재부)

고백하자면 ChatGPT를 얕보고 있었다. 글 쓰는 흉내를 낼 줄 아는 인공지능일 뿐이라고, 비트코인이나 메타버스처럼 사람들의 기대도 곧 저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 생각이 옳다는 결론을 기대하며 ChatGPT 취재를 시작했다. 먼저 ChatGPT를 써 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과제를 모두 ChatGPT에 부탁했더니 처참한 성적을 받았다고 했다. 내심 과학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누군가의 기대에 한 방 먹여준 기분이었다.

그러나 직접 경험한 ChatGPT의 가능성은 내 생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ChatGPT는 우수한 튜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잘 모르는 분야의 길잡이가 돼주기도 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인간 교육자의 한계를 이미 뛰어넘기도 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ChatGPT는 모르는 코드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자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깨달았다. 

ChatGPT의 우수한 성능을 알게 되자 나도 직접 써 보고 싶었다. 마침 취재수첩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ChatGPT에 물어보니 무려 9개나 되는 소재를 추천해 줬다. 하나같이 칼럼보다는 심층 탐구 기사에나 어울릴 법한 소재들이었지만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ChatGPT가 추천해 준 9개의 소재를 적절하게 구성하면 내가 방학 동안 땀 흘리며 쓴 기획 기사보다 더 나은 글이 완성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이러다가는 정말 ChatGPT가 기자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ChatGPT가 『대학신문』 기자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취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녹여내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ChatGPT의 가치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난 취재원 중 누구도 ChatGPT에게 모든 일을 맡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ChatGPT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성취했다. 나 역시 기획 기사를 작성할 때 ChatGPT를 참고했다면 더 나은 기사를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술을 맞이했을 때, 무턱대고 무시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직접 파헤쳐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이번 취재를 통해 깨달았다. 예전의 나처럼 ChatGPT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직접 사용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 취재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ChatGPT와 함께했던 본인의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해 주시고, 나아가 제언까지 덧붙여 주신 모든 취재원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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