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논의로 살핀 외국인 수단화

지난 1일(금) 고용노동부는 최소 6개월 이상 서울 지역 전체 자치구를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범사업의 계획안이 나오기 전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은 계속돼 왔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원인은 무엇일까?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지금, 『대학신문』이 그간의 논의를 짚어 봤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12월부터 서울시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사업의 발단은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아이 때문에 여성이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처음 제안한 것이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본격적인 시행 전 시범 운영을 통해 서비스의 만족도와 희망하는 비용 수준 등을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자는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가정, 임산부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신뢰할 수 있는 인력확보를 위해 필리핀처럼 가사 관련 자격증 제도가 있는 국가 출신 노동자를 우선 검토하고, 이들의 경력·언어능력·범죄 이력 등을 확실히 검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녀의 양육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내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가정에 끼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기존 내국인 가사관리사에 비해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환영한다는 여론이 있는 한편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외국인에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없다는 반대 여론도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기태 연구위원은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고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정영섭 활동가는 “가사 노동은 가정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국내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은 이들을 고용하는 한국인 사용자의 관점에서 검토됐다. 

동시에 이들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라는 이유로 이들의 임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내국인이라면 논의되지 않았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두고는 화두에 오른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급여는 월 38~76만 원 수준”이라며 제도를 처음 제안할 때부터 이미 이들의 저임금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3월 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은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직후 비난 여론에 공동 발의했던 의원 2명이 빠지며 의안은 하루 만에 철회됐지만, 철회 당일 다른 국민의힘 의원 2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하며 재발의됐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논의는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오세훈 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월 100만 원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과 졸속의 늪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논의가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애당초 국적을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한국이 1998년부터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호와 근로기준법 제6조, 외국인고용법 제22조에 따르면 국적·출신국은 노동 조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한국행정연구원 정동재 연구위원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원칙”이라고 짚었다. 김기태 연구위원도 “최저임금의 적용 여부를 국적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국에서 받는 임금보다 한국에서 받는 임금이 많다는 이유로 월 100만 원에 일할 의사를 보이더라도,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한국의 태도가 차별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임금은 국적과 관계없이 생산성에 기초해 결정돼야 한다”라며 “서울에서 월 10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아 숙식과 교통비를 감당하며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하기 전부터 제기되던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제도를 성급히 도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규용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홍콩 등의 국가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시행 후 관리사의 처우가 열악해 인권 문제가 불거진 점 등도 함께 고려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영섭 활동가는 “기존의 돌봄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가사근로자법도 작년에서야 통과됐다”라며 “현재 우리 사회는 가사 노동자의 처우나 노동의 질에 대한 숙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이와 같은 일련의 논의는 외국인 근로자를 자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전제한다. 정동재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를 1·2차 산업의 인력난, 지방 소멸 등 한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해도 된다고 가볍게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섭 활동가도 “특정 분야의 일을 내국인이 기피하면 왜 해당 분야의 일손이 부족해졌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인데, 현 정부는 그것을 저렴한 외국 인력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이 비단 가사관리사에게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 전반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올바르게 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나아가 모든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한 존재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영섭 활동가는 “내국인에게 힘든 일은 외국인에게도 힘든 일”이라며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외국인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동재 연구위원은 “한국인도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이다”라며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국적과 관계없는 평등한 대우를 주장했다. 

 

통계청의 「2022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는 84만 3,000명이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근로자도 엄연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이들은 한국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별적으로 대우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 이제는 차별이 아닌 동등함으로 수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으로 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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