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서울대 ChatGPT 활용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다

ChatGPT의 등장은 곧바로 대학가를 뒤흔들었다. 대학 교육의 핵심 중 하나인 글쓰기를 대신해주는 인공지능(AI)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기존 체제에 변동이 불가피하리라고 예측했다. 지난 학기 서울대에서 ChatGPT는 어떻게 활용됐을까? 일각의 우려처럼 대학 교육에 균열을 가하는 악재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혁신이었을까?

 

지난 학기 ChatGPT는 어떻게 활용됐나

◇학기 초 부정 사용의 우려 많았지만=지난해 말 등장한 ChatGPT는 올해 초 개강이 임박했을 무렵 대학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조영환 교수(교육학과)는 “ChatGPT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과 부정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공존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ChatGPT를 이용한 대필 및 표절 등 부정 사용의 가능성이 제기됐고, ChatGPT가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함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서울대에서도 이에 발맞춰 신입생 글쓰기 평가의 주의 문구를 ̒타인의 글을 도용하지 않겠다̓에서 ‘다른 글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라고 변경하고 일부 글쓰기 시험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학내에서는 신기술 등장에 대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학신문』 2023년 2월 27일 자)

그러나 당장 지난 학기부터 글쓰기 강의에서 위기가 체감되지는 않았다. 교수자들은 ChatGPT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예상과는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학기 ‘대학 글쓰기 1’을 강의한 김승민 교수(기초교육원)는 “학기 초 수업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ChatGPT를 실제로 써보게 했는데, ChatGPT에 대해 금시초문인 학생들도 있었다”라며 “ChatGPT의 등장 시기가 신입생들이 입시로 바빴을 때와 겹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대학 글쓰기 1’을 가르친 차익종 교수(기초교육원)도 “학생들이 학기 초에는 ChatGPT의 영향력을 그다지 실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라며 “학기 후반에서야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자료 제공: 기초교육원)
(자료 제공: 기초교육원)
(자료 제공: 기초교육원)
(자료 제공: 기초교육원)

◇설문 조사 결과로 본 지난 학기 ChatGPT 사용 양상=개강을 앞두고 기초교육원은 6월 29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대 교수자와 학습자를 대상으로 ‘ChatGPT 수업 활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 조사는 구성원들의 ChatGPT 인식 및 수업 활용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학생 582명과 교수자 163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582명의 응답자 중 97명의 학생이 지난 학기 수업에서 △프로그래밍 △글쓰기 △요약/번역 등에 ChatGPT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한편 학생 485명 중 약 67.8%에 해당하는 329명은 지난 학기 ChatGPT를 활용하는 수업을 듣지 않았지만 이번 학기에는 듣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ChatGPT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여전히 높은 수치로 확인됐다. 

학생들만 ChatGPT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기초교육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학기 1개 이상의 강의를 맡은 교수자 163명 중 29명이 △글쓰기 △토론 △프로그래밍 △강의자료 제작 △자료 조사 등의 목적으로 강의에 ChatGPT를 활용했다. 이외에도 지난 학기 ChatGPT를 활용한 강좌를 개설하지 않은 134명의 교수자 중 약 68.6%에 해당하는 92명은 앞으로의 수업에서 ChatGPT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며 ChatGPT 활용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학습 보조 목적으로 사용한 학생들이 다수=학생들은 ChatGPT를 대체로 유용한 학습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컴퓨팅 기초: 처음 만나는 컴퓨팅’에 조교로 참여한 장호진 씨(정치외교학부·22)는 “수업 도중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코딩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코딩 관련 학내 강좌를 수강한 문서윤 씨(디자인과·22)도 “ChatGPT에게 파이썬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질문했다”라고 밝혔다. ChatGPT를 활용해 학업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도 있었다. 윤예원 씨(음악학과 석사과정)는 “주로 영어 논문을 요약할 때 ChatGPT를 사용한다”라며 “대학원생 특성상 영어 논문을 많이 읽다 보니 인터넷에서 ChatGPT 유료 버전을 함께 사용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하더라”라고 전했다. 홍원기 씨(원자핵공학부·22)는 “ChatGPT에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번역해달라고 부탁해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라며 “ChatGPT 유료 버전을 사용하면 모르는 단어로 퀴즈를 만들어주기도 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교수자가 강의에 ChatGPT 적용하기도=강의에 ChatGPT를 적용해 본 교수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지난 학기 ‘불교철학의 이해’를 강의한 이규완 강사(철학과)는 “다양한 자연어를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는 ChatGPT가 실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을 느껴 ChatGPT를 강의에 적용해 봤다”라고 밝혔다. 이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ChatGPT를 활용해 불교철학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한 후, 그 결과물을 직접 수정·편집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그는 “ChatGPT를 사용하니 이전에 비해 주제와 무관한 에세이가 줄었다”라며 “ChatGPT를 처음 사용해 본 학생들은 앞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평했다.

ChatGPT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데이터 분석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학기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단장 김홍기 교수(치의학과)는 ‘빅데이터개론’ 강좌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아 타이타닉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수업에서는 코딩의 기초부터 시작해 데이터 분석까지 가르치다 보니 수업이 어려워 흥미를 잃는 학생이 많았다”라며 “ChatGPT에 원하는 분석 코드 작성을 부탁하면 해당 코드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세히 설명해 줘 학생들이 코딩 실력에 대한 부담 없이 데이터 과학을 공부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코딩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놀라워했다”라며 “여러 차례 코딩 학습을 포기했던 학생이 데이터 과학에 자신감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ChatGPT 활용에도 한계는 존재해=그러나 ChatGPT가 모든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학기 ChatGPT를 사용해본 구성원들은 대부분 성능의 한계도 체감했다. 장호진 씨는 “텍스트의 내용이 길수록 좋은 요약문을 내놓지 못했다”라며 “모든 전공 강의에 ChatGPT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라고 전했다. 차익종 교수 역시 “ChatGPT는 학술 논문이나 신문 기사처럼 주제가 명확한 글은 적절하게 요약해내지만, 논지가 모호한 에세이나 칼럼 같은 글은 잘 요약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규완 강사도 “한국어로 처리된 불교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ChatGPT는 모든 질문에 한정적인 불교 개념만을 적용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ChatGPT의 수학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원기 씨는 “수학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강의에서 ChatGPT를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수학적인 내용을 질문하면 교양 강의보다 살짝 높은 수준의 질문이더라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짚었다. 류경석 교수(수리과학부)는 “수학 분야에서 ChatGPT가 제시하는 답변은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세세한 논리적 흐름을 살피면 틀린 부분이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간단한 행렬이나 적분 계산도 틀릴 때가 있을 정도로 수학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타이타닉 데이터: 타이타닉호에 탑승한 승객들의 이름·나이·성별·사회경제적 계층 등의 데이터. 이를 활용해 탑승객의 생존률을 예측하는 것은 데이터 과학의 유명한 문제다.

 

올바른 ChatGPT 사용을 위한 노력들

◇서울대 구성원의 ChatGPT 사용을 위한 프로그램들=전문가들은 규제에 앞서 서울대 구성원들이 ChatGPT를 적극 사용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교육원 최윤영 원장(독어독문학과) 역시 “현 단계에서는 섣부른 규제보다 기술에 대한 교육이 먼저다”라며 “ChatGPT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선행돼야만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위험에 대한 후속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초교육원은 ChatGPT 사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먼저 3월 24일 기초교육원은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가 진행하는 ‘ChatGPT 특강: 채팅으로 배우는 새로운 경험, ChatGPT와 함께하는 학교생활’ 강연을 열었다. 최 원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이 커 대면으로 200여 명, 비대면으로 500여 명이나 참가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방학에도 ChatGPT 활용을 위한 특강이 진행됐다. 기초교육원은 ‘IT 역량 강화 교육’에서 ‘ChatGPT 활용 파이썬 프로그래밍’과 ‘생성 AI 활용 유튜브 컨텐츠 제작하기’ 수업을 열었다. 해당 강의에서는 각각 ChatGPT를 이용해 업무에 필요한 파이썬 코드를 실제로 제작하는 방법, ChatGPT와 다른 생성형 AI를 융합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을 다뤘다. 두 프로그램의 강연을 맡았던 AI인터시스 신동욱 대표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소개해 달라는 수강생의 질문이 여럿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2학기에도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관련 교육은 이어진다. 기초교육원에 따르면 2학기에는 생성형 AI 활용 윤리에 대한 후속 특강뿐만 아니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번역, 예술 창작에 대한 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최 원장은 “10월 중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를 모셔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ChatGPT를 활용한 새로운 강의=ChatGPT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우선 ChatGPT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강화하는 교육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규완 강사는 “Chat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거나, ChatGPT의 결과물보다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제시할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방향의 강의도 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수리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ChatGPT의 약점을 수학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류경석 교수는 “때로는 ChatGPT가 교수도 헷갈릴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미묘하게 잘못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라며 “AI가 내놓은 오답을 수학적으로 교정하는 형식의 평가도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번 학기에도 강의에 ChatGPT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공학 지식 및 실무’는 ChatGPT를 사용해 디지털 회로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강의에서는 사칙연산을 할 수 있는 계산기, 디지털시계, 사거리 교통신호 관제기 등에 사용되는 디지털 회로를 만들 계획이다. 강의를 설계한 김상호 객원교수(차세대반도체 혁신융합대학사업단)는 “디지털 회로 설계는 Verilog, VHDL 등의 하드웨어 설계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라며 “해당 강의에서는 Verilog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ChatGPT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디지털 회로를 설계해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회로 설계에 ChatGPT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상호 객원교수는 “Verilog 언어는 C++, 파이썬 등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에 비해 어렵고 오류를 찾아 수정하기가 힘들다”라며 “Verilog 언어 사용이 디지털 회로 설계 엔지니어 양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 ChatGPT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로부터 수준 높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효과적인 지시 사항을 설계하는 과정.

 

ChatGPT와 상생하는 미래로 나아가려면

◇ChatGPT, 규제보다는 사용이 먼저=학내 전문가들은 선행적인 규제보다는 신기술 활용의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연구원 장병탁 원장(컴퓨터공학부)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지침을 제시할 때 조심해야 한다”라며 “신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는 오히려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바람직한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영환 교수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이 신기술 사용을 과하게 규제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철일 교수(교육학과)는 “ChatGPT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수들이 많지 않다”라며 “우수 사례를 체계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승민 교수 역시 “구성원들이 ChatGPT를 적절하게 사용한 사례와 잘못 사용한 사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나친 규제가 아닌 선에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차익종 교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더라도 단지 학생의 사용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연구자와 교수자의 부정 사용 문제도 포함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hatGPT가 있더라도 글쓰기 교육은 중요해=학내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ChatGPT와 함께하는 앞날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제언을 개진했다. 대학 글쓰기 강의자들은 ChatGPT가 등장했더라도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민 교수는 “ChatGPT가 등장했다고 글쓰기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수학에서 계산기가 발명됐다고 연산 교육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ChatGPT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글쓰기의 기초 소양인 읽기·요약하기·쓰기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라며 “오히려 글의 형식적인 요소를 ChatGPT가 갖춰주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깊은 사고와 같은 핵심적인 글쓰기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마찬가지로 차익종 교수도 “요약하기는 단순히 기계적인 압축이 아니다"라며 "요약하기 교육을 통해 중요한 부분과 부차적인 부분을 구분하고 재배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hatGPT가 촉발하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한편 교육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선 지식 이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승민 교수는 “학자들이 ChatGPT에 주목하는 까닭은 답변에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면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잠재력 때문이다”라며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김홍기 교수도 “ChatGPT의 등장은 질문 기반 학습법을 촉진한다”라며 “질문 기반 학습법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AI시대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실천적인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했다. 차익종 교수는 “대학 강의가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라며 "ChatGPT를 활용한 부정행위의 유혹은 각종 보고서나 과제가 교실 안에서만 머물 때 강해진다”라고 지적했다.

 

ChatGPT와 함께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

▲한예진 강사가 ChatGPT에 데이터 분석 코드를 부탁하고 있다. (자료 제공: 한예진 강사)
▲한예진 강사가 ChatGPT에 데이터 분석 코드를 부탁하고 있다. (자료 제공: 한예진 강사)

◇ChatGPT의 도움으로 논문도 완성했다=ChatGPT를 적극 활용해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우도 있었다. 올해 여름 박사과정을 수료한 한예진 강사(교육학과)는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연구나 논문의 개요를 잡을 때,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시각화할 때 ChatGPT를 사용한다”라며 “박사학위논문 작성 과정에서 실험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할 때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한예진 강사는 ChatGPT에게 원하는 분석 코드를 부탁하며 부족한 파이썬 능력을 보충했다. 그는 “인간 교수자처럼 느껴지는 교육용 챗봇의 설계 원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라며 “개발한 원리의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서 실험 참여자들의 표정 분석이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표정 분석이란 수집된 표정 데이터를 통해 실험 참여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내는 것으로, 높은 수준의 파이썬 능력을 요구한다. 한예진 강사는 “ChatGPT에게 표정 데이터 전처리와 분석을 위한 파이썬 코드를 요청하고 ChatGPT가 제공해준 코드를 직접 실행해 봤다”라며 “오류가 생기는 부분은 ChatGPT에게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게시된 ‘생성 AI와 함께 뮤직비디오 만들기’ 프로젝트 결과물 목록. (자료 제공: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게시된 ‘생성 AI와 함께 뮤직비디오 만들기’ 프로젝트 결과물 목록. (자료 제공: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유튜브 캡처)

◇ChatGPT와 함께 만드는 뮤직비디오=한편 ChatGPT를 예술적인 영역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기초교육원에서는 지난 방학 ‘생성 AI와 함께 뮤직비디오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학생 네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 10개가 참여해 AI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했다. 총괄을 맡은 최우정 교수(작곡과)는 “지난 2월부터 여러 전문가와 꾸준히 AI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자 했는데, 학생들과도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라며 해당 프로그램을 제안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프로젝트에서 ChatGPT는 주로 노래 가사를 작성하거나 뮤직비디오 콘티를 구성하는 데 활용됐다. MMM팀의 일원으로 랩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송예진 씨(음악학과·19)는 “뮤직비디오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ChatGPT에 인간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달라고 부탁했다”라며 “생명의 기원, 우주의 기원, 인생의 의미와 같은 답변이 나왔고 그중 인생의 의미를 주제로 선택했다”라고 답했다. ChatGPT를 활용한 방식을 묻자 송 씨는 “ChatGPT가 랩에 필요한 라임을 살려서 가사를 써주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ChatGPT에게 뮤직비디오 콘티를 부탁하자 뮤직비디오의 전체 길이와 장면 구성을 정리해 줬다”라며 “만들기 어려워 포기한 구성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ChatGPT의 답변을 따랐다”라고 덧붙였다.

▲박준민 씨가 〈확률의 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준민 씨가 〈확률의 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hatGPT를 활용한 건축적 아이디어=ChatGPT와 다양한 AI를 결합한 독특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열린 건축학과 졸업 전시에서는 AI의 가능성을 시험한 〈확률의 도시〉가 전시됐다. 축소된 크기의 가건물을 전시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해당 작품은 모니터 화면 속 가상 공간에 지어졌다. 감상자는 가상 공간 속 건축물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건축물을 보고 난 후의 소감을 채팅에 남길 수 있다.

〈확률의 도시〉는 감상자의 행동 패턴과 피드백이 AI의 분석을 거쳐 건축물에 반영된다. 〈확률의 도시〉의 가상 공간은 일정한 격자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격자에는 그 공간을 대표하는 단어가 지정돼있다. 작품을 제작한 박준민 씨(건축학과·18)는 “감상자들의 움직임은 단어의 배열로 변환되며 ChatGPT가 이를 분석한다”라며 “ChatGPT가 분석한 행동 패턴을 토대로 피드백을 형성해 건축물을 변화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상 공간 속 유적-기단-전시관 등을 돌아다닌 한 감상자의 행동 패턴은 passage-heritage-explore 등 단어의 배열로 기록됐으며, ChatGPT가 이를 문장의 형태로 재구성해 피드백으로 제공했다.

한편 감상자가 채팅에 남긴 감상도 AI의 처리를 거쳐 건축물의 경관을 변화시킨다. 박 씨의 작품은 전시 초반에는 전통적인 공원에 관한 피드백이 많아 한옥·숲 등의 키워드가 축적됐으나, 전시 후반으로 갈수록 AI의 활용이 신기하다는 피드백이 늘어나 가상 공간의 건축물이 점차 현대적인 공원의 형태로 변화했다. 박 씨는 “ChatGPT가 감상자들의 피드백을 분석하고 나면, 이를 그림을 그려주는 AI인 Stable Diffusion에 전달해 이를 반영한 형상을 생성하게 한다”라며 “이렇게 생성된 형상은 작품에도 주기적으로 반영된다”라며 작품의 원리를 설명했다.

 

ChatGPT를 처음 마주했던 지난 한 학기, 서울대에는 ChatGPT와 함께하는 학습과 교육의 가능성이 여럿 보였다. ChatGPT가 기존의 교육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ChatGPT는 이미 학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며 구성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ChatGPT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학내 구성원들의 건설적인 논의를 토대로 서울대가 ChatGPT와 상생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사진:  『대학신문』 사진 DB

인포그래픽·삽화: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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