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우 뉴미디어부장
노진우 뉴미디어부장

요즘 『대학신문』 선배님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곧 있을 신문사 내부행사를 준비하기 위함인데, 하루는 인터뷰를 끝내고 식사를 하던 중 맞은편의 선배님이 물으셨다. “요즘 애들은 책 안 읽지요?” 순간 목구멍이 턱 막혔다.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내가 바로 책 안 읽는 요즘 애들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책을 줄곧 잘 읽었다. 부모님께서는 책을 얼마나 읽느냐에 따라 용돈을 달리 지급하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유인책을 사용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잔인한 방법이지만, 나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 준 좋은 기회였음은 틀림없다. 특히 두 명의 형을 둔 나로서는 누가 얼마를 받는지가 중요한 문제였고 나는 절대로 형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전투적인 의지로 페이지를 쓸어넘겼다. 그때 생긴 독서 습관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이어져,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는 됐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 시작됐다. 책 대신 조금씩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자는 시간까지 할애할 만큼 유튜브에 빠져들었다. 버스 창밖을 보던 시간도, 밤에 산책하던 시간도 모두 유튜브를 보는 시간으로 대체됐다. 그 결과 수업 교재와 같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면 책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사실 독서가 유익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아이러니하지만, 유튜브에 독서의 중요성을 검색하면 무수한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전두엽의 반응을 측정해서 독서의 유익함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영상이 있는가 하면, 책이 수백 년간 축적된 지식의 집합체임을 강조하는 영상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의미 없는 영상만 골라보는 나에게 있어서는 책이 몸에 쓴 약이라면, 영상은 달콤한 사탕과 같았다.

선배님의 말을 듣고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책을 좋아하던 시절과 유튜브 쇼츠를 넘기고 있는 지금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책을 읽을 때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속도를 나에게 맞출 수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돌아가거나 천천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권을 다 읽고 책을 덮은 채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촘촘한 생각의 그물이 완성됐다. 반면 쇼츠는 내가 영상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담다 보니 빠른 템포로 진행됐고 영상이 끝난 후 스와이프 한 번으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 내용을 음미할 시간 또한 충분하지 않다. 

그날, 나는 요즘 애들은 책을 안 읽느냐는 선배님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책도 잘 안 읽고 영상도 길이가 길면 잘 못 본다고 말이다. 젊은 사람들을 대표해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만 이 대답은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인 대답이다. 더는 책을 안 읽는 스스로에게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손바닥만 한 책을 샀다. 그리고 지금은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 이동시간마다 꺼내 읽으며 책만이 줄 수 있는 그 감각에 만족하고 있다. 영상의 시대를 넘어 쇼츠의 시대가 된 지금, 한 번쯤은 폰을 집어넣고 책을 꺼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보면 영상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