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 붕괴’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교육권 붕괴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1,200개 범시민단체는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이 지켜야 할 ‘의무’는 없고, ‘권리’만 나열돼 있어 교사를 옥죄고 교육권을 행사하는 데 부담스럽게 한다는 근거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7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를 발표하던 중 직접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지 못할 것도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학생의 권리도 그 자체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에 교육 환경의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위해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결코 정당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이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에 근거해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현재는 점차 확대돼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에서 시행 중이며, 각 시도 교육청별로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교권을 위해 학생의 인권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현 세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와 교육권 침해는 직접적인 통계적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현황’ 표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 건수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서는 교사 100명당 0.5건, 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교육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그뿐 아니라 김병욱 의원이 2020년 발표한 ‘2016~2019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던 경기, 광주, 서울, 전북 4곳 중 3곳의 교권 침해 건수는 오히려 다소 줄었다. 서울의 경우 교권 침해가 2016년에는 585건이 발생한 것에 비해 2019년에는 442건으로 줄었고, 광주에서는 92건에서 73건으로, 전북에서는 88건에서 86건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교육권을 회복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결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생 인권과 교육권을 대립 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억압하는 폭력적인 통제 방법으로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편협한 사고가 기저에 깔린 주장에 불과하다.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악성 민원, 공교육의 붕괴 등 교권 추락의 현실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육부와 시민단체는 당면한 문제의 책임을 학생인권조례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교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권을 행사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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