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수) 오후 7시, 샤로수길에 청소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든 사람들이 모였다. 최근 샤로수길을 뒤덮은 신종 유흥업소 ‘셔츠룸’ 전단지를 줍기 위해서다. 거리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전단지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언제부터 샤로수길에 이런 불법 전단지가 쌓였는지는 불명확하지만, 학내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은 일주일 전부터다. 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그 일환으로 전단 줍기 캠페인도 열린 것이다.

▲바닥에 잔뜩 쌓여 있는 불법 전단지들.
▲바닥에 잔뜩 쌓여 있는 불법 전단지들.

이날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저녁의 기온은 28도. 땀이 뻘뻘 나는 날씨였음에도 샤로수길을 깨끗이 하기 위해 10명이 자원했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대 학생이었지만 대학생 자녀를 둔 주부도 있었다. 그들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명확했다. 샤로수길이 서울대와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근처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이기에 더욱 셔츠룸 전단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두 명씩 조를 짜서 골목을 누비며 전단지를 주웠다. 이들은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활동하며 “잘 줍는 요령도 터득했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본래 예정된 활동 시간은 30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추가로 30분 동안 전단지를 주운 뒤에야 해산할 수 있었다. 활동을 마치려 할 즈음 오토바이를 탄 배포자가 또 나타나 전단지를 뿌리고 지나가서다. 자녀의 추천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배수주 씨(주부·50)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오토바이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라며 “골목이 좁고 사람이 많은 샤로수길 특성상 보행자들에게 위험할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서권찬 씨(지구환경과학부·20)는 “뿌려진 전단지를 수거하고 나니 샤로수길이 원래 깨끗한 거리였다는 것이 새삼 체감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른바 ‘샤로수길 전단 줍기 캠페인’을 처음 추진한 사람은 이민호 씨(경영학과·17)다. 그는 서울대 근처 맛집을 탐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스누푸파’의 운영진이다. 이민호 씨는 “맛집을 찾으러 샤로수길을 자주 방문하는데, 셔츠룸 전단지로 더러워진 거리를 보며 안타까웠다”라며 캠페인 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샤로수길 전단 줍기 캠페인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1.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누푸파 계정을 활용해 이를 홍보했다. 덕분에 지난 5일 기준 약 100명가량이 해당 오픈채팅방에 들어왔다. 현재까지 총 2차례의 공식 캠페인이 진행됐는데, 이외에도 채팅방에서 뜻이 맞는 몇몇이 자율적으로 모여 따로 전단지를 줍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현재 학내에 셔츠룸 전단지 사태를 해결하자는 여론이 거세다. 해당 문제의 공론화는 주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이뤄졌는데, 관련 게시글은 작년 6월부터 있었다. 신민섭 씨(산업공학과·17)는 “샤로수길에서 불법 전단지를 보는 게 너무 당연해져서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내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 낙성대 주민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민센터 측은 “평일 오전 9시 샤로수길을 매일 청소하지만, 워낙 밤낮으로 전단지가 뿌려지기에 거리 경관이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는다”라고 했다. 관악구청도 불법 전단지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배포자의 오토바이 번호판이 가려져 있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단속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전단지의 전화번호도 대포폰이라 업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서명운동에까지 나섰다. 일명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은 이정빈 씨(노어노문학과·22)로부터 시작됐다. 약 2주 전 전단지로 뒤덮인 샤로수길에 갔다가 큰 불쾌감을 느낀 이 씨는 에브리타임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호응이 크자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7일 오전 9시 기준 서명운동에 참여한 학생은 482명이다. 

이정빈 씨는 “서명운동이 완료되면 관악구청 등의 행정 부처에 송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호 씨 역시 전단 줍기 캠페인을 각종 언론에 제보할 생각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의 화제성을 키워 더욱 적극적인 공권력의 대응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에도 연대를 요청했다. 이에 총학생회 역시 관악구의원과 소통하며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셔츠룸 전단지가 난립하는 곳은 샤로수길만이 아니다.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지에서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성준 씨(아동가족학과·22)는 “개인이 모여 수거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더 큰 영향력이 있는 공적 조치가 시행됐으면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민호 씨는 “해외에서는 배포자의 벌금을 높이거나 전단 청소 지원비를 많이 주는 등의 해결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황민준 씨(식물생산과학부·23)와 이민호 씨가 전단지를 줍고 있다.
▲황민준 씨(식물생산과학부·23)와 이민호 씨가 전단지를 줍고 있다.

 

사진: 박선영 기자

leena1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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