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

타노스는 지난 10년여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 디즈니사의 영화 시리즈인《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악당의 두목이다. 그는 마법의 힘을 지닌 여섯 개의 스톤을 구해 건틀렛에 끼고 손가락을 튕겨 전 세계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 한다. 그런데 타노스가 왜 이렇게 무자비하게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고 할까? 자기 고향별이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타노스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으나 고향별의 지도자들이 듣지 않아 결국 별이 망하자, 전 세계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 자신만의 방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타노스가 얻은 여섯 개의 스톤 중, 청정한 에너지를 무한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는 테서랙트(스페이스 스톤)가 눈길을 끈다. 테서랙트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수차례 보여준다. 그런데 왜 타노스는 이런 에너지원을 갖고도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 했을까? 다른 스톤들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이 여섯 개의 스톤을 갖고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면 모든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됐을 텐데 말이다. 

《어벤져스》 영화의 원작은 마블사가 제작한 만화다. 원작이 주로 1950~60년대에 제작됐음에도 영화에 나오는 에너지기술은 거의 그대로 원작의 것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언맨이 가슴에 박아 사용한 에너지원인 아크 원자로가 대표적이다. 12기가와트의 전력을 발생시키니 웬만한 원자력발전소와 맞먹는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소형원자로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초소형 버전인 셈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사실 영국 봉건 영주의 지배에서 탈출한 미국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타노스가 땅을 소유한 영국의 봉건 영주고 어벤져스는 미국으로 이민 와 산업자본주의와 과학기술로 성공 스토리를 만든 미국인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각 개인이 노력해 개발하고 만든 개인형 에너지원을 가진 자가 무한대의 엄청난 힘을 가진 에너지원을 가진 자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작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히트작인 〈미래소년 코난〉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서기 2008년, 지구는 멸망했다. 초 자력 무기가…’ 만화영화 속 악당은 문명의 마지막 잔재인 삼각탑을 작동시킬 수 있는 라오 박사를 납치하려 한다. 만화영화는 코난과 박사의 손녀 라나, 그리고 친구들이 그에 맞서 승리하는 이야기다. 

만화영화에서는 이 삼각탑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면서 초 자력 무기를 가능케 하는 동력원으로 태양에너지가 나온다. 삼각탑은 인공위성에서 반사된 태양 빛을 받아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무한으로 생산하는 시설인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 무한하고 강력한 에너지원을 전쟁의 원인으로 그린 반면, 간단하지만 개인이 노력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좋게 그리고 있다. 만화에서 보면 삼각탑은 여러 사람들이 모은 폐플라스틱을 소각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폐기물 발전소 역할도 하고 있다. 

1950~70년대에 그려진 만화들임에도 첨단 에너지기술을 자세히 그리고 있는 점이 놀랍다. 무엇보다도 모두 초강력 무한한 에너지원보다는 작지만 직접 노력해 만든 에너지원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 교훈을 준다. 아무리 청정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이라도 힘이 무한대라면 결국 지구를 멸망시키는 동력원이 된다고 창작자들이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한쪽에서는 청정한 에너지를다른 쪽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원하고 있다. 이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여러 시도는 과학적으로는 멋지지만 영화와 만화에서는 그런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남에게, 미래세대에 미루기보다는 지금부터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창작자들이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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