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강사(정치외교학부)
김태영 강사(정치외교학부)

지난 6월 말,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수입박람회를 다녀왔다. 주최 측인 한국수입협회의 소개에 따르면, 이 박람회는 한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기업과 국내 바이어를 연결하는 B2B 매칭 이벤트로 2003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연구 조사를 위해 주한 대사관 소속 무역관 부스를 방문해 몇몇 상무관을 만났다. 수입시장으로서 한국의 특징, 한국으로의 수출에 있어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어봤고, 상무관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이 얘기해 준 애로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상호 무역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이집트, 잠비아, 튀니지 등 상대적 무역 소국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큰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정치, 문화 등에 대한 상호 간 정보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명 ‘K-소프트파워’ 때문에 전 세계가 한국을 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둘째, 한국의 수입 관련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는 점이 자주 언급됐다. 예컨대 잠비아산 꿀 수입에 있어 한국은 유럽에 비해 그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고 한다. 잠비아 입장에서는 유럽에 비해 시장도 작고 규제도 까다로운 한국에 큰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요컨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바는 우리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국가들 역시 우리나라에 큰 기대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과 같은 시장에 비해 한국은 주변 시장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자못 놀랍다. 물론 외국 무역 담당자 몇 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한국 무역 통상의 현주소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이 그 위상에 걸맞은 무역 통상 환경을 다른 국가들에 제공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의 통상 목표는 수출은 최대화, 수입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최종재의 수출과 수입만을 비교해 무역 효과를 판단하면 ‘자유무역 대 보호주의’라는 이분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수입은 악(惡)이고 수출은 선(善)이란 일종의 신화(myths)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역 효과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와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보호주의로 일관하면 물가가 올라 소비가 위축된다. 

한편 수입이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명 ‘호랑이연고’의 원료인 병풀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한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병풀을 활용해 다양한 치료제를 만들어 판매한다. 또한 일부 기업은 수입 병풀을 연구하고 국내 재배를 시도해 상품화에 성공했고, 병풀을 활용한 요리와 가공식품도 개발했다. 이처럼 상품 수입은 여러 파급 효과를 만들어낸다.

미·중 패권 경쟁과 전쟁 등으로 무역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활로를 모색하고자 수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출 다변화가 수출 대상 국가 및 수출 품목의 다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도 다변화해야 하며, ‘수입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무역 자유화를 추진하면서도 수출 확대만 중시했던 것은 아닌지, 무역 통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입 시장을 너무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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