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 |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디지털 번영의 그림자를 추적하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양영란 옮김

364쪽

갈라파고스

2023년 3월 17일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작은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의 원제는 ‘L'Enfer numérique’로, 프랑스어로 ‘디지털 지옥’을 가리킨다. 원제에서 드러나듯, 저자 기욤 피트롱은 디지털 세계에서의 일상과 그를 둘러싼 기업 환경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세계가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을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에서 만나보자.

 

◇가벼운 행동은 지구를 얼마나 무겁게 하는가=저자 기욤 피트롱은 디지털이 친환경적이라는 믿음은 ‘영화 전체에서 몇 개의 사진만 떼어놓고 보는 격’이라며, 디지털이 친환경적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디지털은 종이와 같은 가시적인 자원을 대체하기에 언뜻 환경친화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은 이런 포장 뒤에 숨어 어마어마한 자원을 소모한다.

기욤 피트롱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2년간 4개의 대륙을 여행하며 ‘좋아요’의 발자취를 탐색한다. ‘좋아요’는 가장 먼저 이동통신 사업자와 모뎀을 따라 건물의 공유기, 인도 표면으로부터 80cm 아래에 놓인 구리관에 다다른다. 이후 고속도로, 하천 같은 대규모 이동 경로에 설치된 전선을 타고 이동한 뒤 데이터 센터에서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와 만난다. 여기서 모인 ‘좋아요’들은 해저에 심어진 케이블을 가로질러 다른 데이터 센터로 옮겨진다. 곧이어 그것들은 ‘좋아요’를 받은 누군가의 스마트폰을 향해 이 여정을 되풀이한다. 고작 10m 떨어진 동료에게 ‘좋아요’를 눌러도 그 신호가 전달되기 위한 여정은 수천km에 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은 수많은 물과 자재, 에너지를 소비한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총 전기량의 30%를, 트위터는 21%를 석탄으로 충당하니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센터의 냉방을 위해서는 해마다 60만㎥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160개를 채우는 양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가벼워 보였던 우리의 행동이 실제로는 무거운 물리적 실체를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친환경을 지연시키는 세력=저자는 이처럼 파괴적인 디지털의 횡포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업과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한다. 그는 디지털 기업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도미니언에너지(Dominion Energy)라는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도미니언에너지와 같은 거대 에너지 기업은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일삼아 화력 발전소 폐쇄를 늦추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도록 종용한다. 이 기업이 로비를 위해 1997년부터 2018년까지 버지니아주 의원들에게 111억 달러, 2020년에는 추가로 130만 달러를 지급해 버지니아주 역사상 가장 후한 기부자로 등극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디지털 기업을 견제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이미 충분한 로비금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기업을 가로막기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녹색 에너지 크레딧’이다. 미국에서는 한 기업이 환경친화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녹색 에너지 크레딧’을 부여받고, 이를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다른 기업은 이 크레딧을 구매해 일종의 탄소 배출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크레딧의 가격이 메가와트당 0.7달러가량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어떤 기업이 많은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도, 크레딧으로 손쉽게 친환경적인 기업임을 표방할 수 있게 되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길=저자는 디지털과 환경이 함께할 미래를 위해 인터넷이 지향하던 개방성과 보편성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것을 제안한다. 다수의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접근을 보장하고, 소비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요금을 물려 인터넷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과격하게는 디지털이 활용되는 곳마다 다른 가치를 갖는다고 간주해 우선순위를 두고 서버를 할당하자고도 주장한다. 틱톡 접속보다는 대형 종합병원 접속을 원활하게 해주는 식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소비자가 디지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7천만 명의 시청자가 화질을 낮춰 영상을 시청하면 매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350만 톤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이 연간 생산하는 석탄의 6%에 달하는 양이다. 이렇게 인식을 바꾸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비만의 뿌리를 공격하지 않으면 기업은 언제까지고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런 일상 속 솔선수범으로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다.

 

디지털은 이미 가장 가까운 곳까지 침투해 그 막강한 힘을 의식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디지털의 세속성과 물리적 실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껏 생태계를 지켜가고자 해 왔던 우리의 가시적인 노력을 이제 디지털 분야까지 넓혀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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