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부결됐지만… 토론 열기는 ‘후끈’

지난 11일(월) 자연대 대형강의동(28동)에서 2023년 하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렸다. 회의는 이날 오후 7시 8분 대의원 148명 중 80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충족하면서 시작됐고, 다음 날 오전 1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장장 6시간 동안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결과 핵심적인 안건이었던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은 부결됐으며 이후 정족수 미달로 전학대회는 중도 폐회했다. 이에 또 다른 주요 안건이었던 선거시행세칙 일부개정안 두 건은 논의되지 못했다. 다만 이날 전부개정안의 발제를 맡은 이동은 부중앙집행위원장(정치외교학부·21)은 “회칙 개정에 대한 2023년 학생사회 의견을 자료로 남기는 것에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의 건은 총학생회(총학)의 회·세칙 개정 TF에서 지난 5월부터 논의돼 온 현안이다. 기존 회칙이 실제 집행 과정에 부합하지 않고 조항 사이에 내용 충돌이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이를 총체적으로 수정하고자 한 것이다. 총학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전부개정안에 대해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단과대 학생회 의견조회를 받았으며, 지난달 23일에는 회·세칙 공청회를 열어 일반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대학신문』 2023년 8월 28일 자)

이렇듯 여러 통로로 의견을 수렴해 수정을 마친 전부개정안이 전학대회에 상정됐지만, 전학대회에서는 여전히 개정안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특히 긴 토론이 이어진 조항은 △비례대의원 도입 △자치언론 결산 내역 심사 △학생회비 배분 방식이었다. 전학대회에서는 방대한 양의 전부개정안 중 쟁점이 되는 부분들 각각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실시됐으며, 이후 최종 표결은 회의 말미 전부개정안 전체에 대해 찬반을 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비례대의원 도입의 건은 그동안 전학대회에서 꾸준히 논의되던 안이었다. 이는 대의원 1인이 대표하는 회원 수가 비슷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가령 현재 전기정보공학부의 회원 수(재학생 수)는 약 632명, 음악학 전공의 회원 수는 약 40명으로 약 16배 차이나지만, 각 단위를 대표하는 대의원은 똑같이 1명이다. 이에 개정안에는 회원 수가 전체 단위 회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이상인 단위에 비례대의원 의석을 할당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역사교육과 박건희 대표(역사교육과·22)는 비례대의원 제도에 반대 의견을 던졌다. 비례대의원 제도는 특정 주체에게만 힘을 실어주는 제도기에 대의원의 다양성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연대 오정민 학생회장(지구환경과학부·20) 역시 “비례대의원 제도가 도입되면 회원 수가 적은 단위의 권리가 퇴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원자핵공학과 신의식 대표(원자핵공학과·21)는 “규모가 큰 단위가 최대 2명의 대의원을 더 가져가는 것이 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용규 부총학생회장(경제학부·20)도 “각 단위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비례성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현재의 개정안이 두 권리를 적절하게 타협한 결과라고 옹호했다. 이어진 비례대의원 도입 찬반투표에서 약 40.5%의 대의원은 찬성을, 약 49.4%의 대의원은 반대했다.

자치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현행 회칙에 따르면 자치언론기금의 지원금을 수령한 자치언론은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 그 결산 내역을 제출해 승인받아야 하며, 총운위는 해당 결산안을 전학대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와 같은 심의 절차가 삭제됐다. 학내 자치언론은 총학생회의 산하기구가 아닐뿐더러 그 특성상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언론이더라도 그 예산의 사용처는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자연대 오정민 학생회장은 “언론의 보도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합리적으로 운용되는지를 보는 것이기에,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해석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인문대 사고뭉치반 정현욱 대표(철학과·22)도 “학생회비 지원을 받는 이상 그 사용처를 공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총운위의 승인까지는 받지 않더라도, 결산 내역을 전학대회에 제출하는 절차는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투표에서는 약 86.4%의 대의원이 결산 내역을 총운위의 승인 없이 바로 전학대회에 제출하는 안에 찬성했다.

학생회비 배분 비율 조정에 대한 여러 논의도 오갔다. 우선 개정안은 의대 학생회가 회비를 과도하게 많이 배분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총학 사업의 수혜를 받기 힘든 연건캠퍼스에는 전체 학생회비의 7%가 우선할당되는데, 이는 다시 비례배분되므로 사람 수가 많은 의대에 유리하다. 이는 같은 연건캠퍼스에 있지만 사람 수가 적은 간호대, 그리고 사람 수는 의대와 비슷하지만 관악캠퍼스에 있는 공대에 불리한 방식이다.

이에 의대의 학생회비 배분금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개정안이 작성됐다. 개정안의 배분 기준에 따라 학생회비를 배분하면 의대는 약 130만 원의 회비를 잃게 된다. 의대 소속 대의원들은 대체로 개정안의 발의 취지에 동감한다는 반응이었지만, 감축의 폭이 다소 크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간호대 역시 의대 대의원들의 견해에 동의했다. 간호대 장재현 부학생회장(간호학과·21)은 “의대의 회비 비중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완화해야 한다”라며 보다 점진적인 개선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투표에서 84%의 대의원은 학생회비 배분 비율 조정 취지에 찬성을 표했다.

열띤 논의가 이어진 결과, 최종 표결에서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은 △찬성 25표 △반대 4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은 “전부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는 추후 임시 전학대회를 열어 속행하거나, 관련 논의를 정리해 차기 총학에 인수인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최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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