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교수(건설환경공학부)
권영상 교수(건설환경공학부)

우리는 대부분 도시에 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교류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온 공간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가 있었던 덕분에 인류는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도시는 인류가 발명한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얘기했다. 

이렇게 중요하고, 우리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상황일까? 많은 인구가 도시에 모여 살면서 도시는 점점 복잡해지고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고밀도로 모여 살면서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하는 경험을 했다. 인간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화석연료는 지구를 점점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어떤 도시들에서는 산업이 쇠퇴하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며, 거주 공간은 점점 노후화되고 쇠락하기도 한다. 슬럼이 생기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며 불평등과 갈등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도시는 편리하고 매력적인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점점 복잡해지고 여러 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간은 이렇게 도시에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유럽의 도시들이 발전할 때 발병한 콜레라가 오염된 물에 의한 것임을 알아낸 존 스노우 덕분에 인류는 도시에서 발병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고, 기차와 자동차, 전기와 컴퓨터의 발견은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줬다. 이런 경험이라면 현재의 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들도 새로운 기술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들어 등장한 첨단 기술, IT 기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네트워크 기술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스마트시티 기술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이 기술들은 3차원 그래픽 기술, VR 기술, XR 기술, 네트워크 기술과 결합된 가상현실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봐왔던 가상현실 공간들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토탈 리콜〉(폴 버호벤, 1990)이나〈매트릭스〉(라나 워쇼스키, 릴리 워쇼스키, 1999)에서 봐 온 것처럼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세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란한 3차원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은 단순히 나쁜 악당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끼리 서로 공동체를 만들고 교류하며, 유명 팝스타를 만나고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을 구경하고 소유하는 또 다른 메타버스 세계가 됐다. 그리고 이제 이런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젊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더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됐다. 

미래의 도시를 그리는 많은 SF소설, 영화, 게임에서 보이는 가상현실 기술들은 현재 우리의 도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가상공간에서는 코로나19나 대규모 재난재해의 피해 정도와 복구 방안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하고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으로 지구에 닥칠 위기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경종을 울리기도 하며, 도시쇠퇴나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대안을 가상공간을 통해 제시하기도 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조류가 가상현실 기술을 타고 미래도시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변화의 조류에 올라탈 것인가, 혹은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도시가 발전해 왔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새로운 산업혁명에 등장한 기술은 항상 새로운 도시 형태를 만들어 왔고, 그 흐름에 동참했던 그룹들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그 시대를 선도해 왔다. 지금의 디지털 전환시대에 미래의 도시를 만들어 갈 한 축이 현실 세계의 아날로그 세계를 디지털로 전환한 가상도시, 디지털트윈,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