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객원교수(차세대반도체 혁신융합대학사업단)
이재학 객원교수(차세대반도체 혁신융합대학사업단)

지난 주말에 2개의 TV 프로그램을 봤다. 하나는 김종국이 주변인들에게 ‘다르다’를 사용해야 하는 곳에 ‘틀리다’를 사용하면 바로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미대륙에서 수천 킬로미터씩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두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름과 틀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종국은 다른 개그맨들에게 ‘다르다’를 써야 하는 곳에 ‘틀리다’를 사용하면 벌칙을 줬다. 주의를 주면서 대화를 나눠 가는데도,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다르다’를 써야 하는 곳에 ‘틀리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KBS에서 만든 트럭 운전사 디젤집시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자신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디젤집시는 한국에서 트럭 운전사 일을 하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됐다. 뇌졸중으로 인해 얼굴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호주에서 유학한 이후 파푸아뉴기니에서 사업을 했고, 선박과 부동산 관련 일 등을 하면서 나름대로 잘 나갔으나 스트레스를 많이 겪었고 이로 인한 소홀한 건강관리와 과음 등이 겹쳐 결국 심한 뇌졸중을 앓게 됐다. 발병 당시에는 우반신 전체가 마비됐지만 다행히 재활치료를 받아서 오른쪽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트럭 기사라는 새 직업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오른쪽 얼굴은 그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에 외모와 관련해서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한다. 하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로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자신의 얼굴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나와 다른 타인의 특징에 대해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고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대하는 한국인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을 잘 반영하는 것 중 하나다. 한국어 사용의 특징은 한국인의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르다’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란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다르다’라고 표현할 곳에 ‘틀리다’라고 잘못 표현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반만년의 긴 역사 동안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단일 민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지금까지 장점으로 자랑스럽게 여겨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배타적인 민족임을 보여준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다문화 가정이 적지 않고 국제교류가 활발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획일성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산업계는 변화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여기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의무가 되고 있는 시대다. 산업계의 변화 속도에 비해 대학교의 대응 속도가 느린 면이 있다. 급변하는 산업계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법과 교과목이 요구된다. 대학에서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하는 경우, 기존 학과에 의견조회를 받게 된다. 신규 과목에 대한 적절한 의견도 있지만 가끔은 지금까지 시행해 온 교육과 ‘다르다’라는 이유로 ‘틀리다’라고 평가받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떤 경우에는 그 강도가 심해 새로운 시도가 방해하는 ‘뒷다리 잡기’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쪽에서 철저히 준비해 새로운 것의 장점을 부각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인이라서, 대학교라서 새로운 것의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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