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윤 사진부장
손가윤 사진부장

이번 연도 초에 이사를 한 뒤에 적잖이 충격받은 게 있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요란스러운 불빛이 가득한 거리가 나온다.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불빛이 나오는 간판에는 ‘노래빠’나 ‘룸살롱’과 같이 유흥업소를 이르는 말이 적혀있었다. 거리를 빼곡히 채운 간판을 본 뒤로는 아무리 지름길이더라도 그 거리를 걷고 싶지 않다. 성매매와 관련된 광고 문구로 가득한 길가를 볼 때마다 짜증과 분노, 환멸이 섞인 감정이 올라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3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 커피 시장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누군가는 ‘요즘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화려한 유흥업소 간판들과 샤로수길에 떨어진 불법 전단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아직 이런 곳들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성 구매 후기나 성 판매자를 모집하는 글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고, 그런 글에 노출되는 나이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업형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약 20%는 10대에 유입된다고 한다. 가출이나 가난 등으로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어린 여성들의 성 판매란 절대 자발적일 수 없다. 성매매는 궁지에 몰린 여성들의 비자발적인 선택이며, ‘성 착취’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서로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성을 ‘거래’했다기보단 불균등한 상황에서 발생한 ‘착취’에 가깝다.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매매를 ‘성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폭력적이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독일에서는 성매매 업소가 급증해 성매매 가격이 폭락했고, 오히려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은 더 열악한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성매매는 합법화가 아닌 근절이 요구되는 사회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처벌은 대부분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법상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받는다. 그에 반해 성 구매자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을 처벌의 주 대상으로 삼는 현재의 방향으로 성매매를 근절하기란 불가능이다. 오히려 종사자로 처벌받은 여성들은 벌금을 벌충하기 위해 별다른 선택지 없이 성매매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성매매는 균등한 상황의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이뤄지지 않으며,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인지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성매매를 문화나 일탈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피해자들을 방관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성은 사고팔아도 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성매매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인권 수준을 떨어뜨린다.

언제쯤 불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당장 수많은 관련 업소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성 착취를 근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무도 성을 구매하지 못하고, 구매하려고 하지도 않는 세상. 하루빨리 그런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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