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수) 2024학년도 서울대 수시 모집 입학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첨단융합학부 신설로 내년부터 입학 정원이 218명 늘어나는 만큼 서울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부 조직의 전신 격인 첨단융합학부 설립준비단은 지난 7월부터 실질적인 학부 운영을 준비 중이고, 지난 4일에는 첨단융합학부 추진단이 교과과정 최종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새로운 학부가 정말로 서울대의 ‘복덩이’가 되기 위해서는 더 꼼꼼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구성원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번 신설이 ‘전공·학과·단과대 간 장벽 없애기’라는 학부 교육 혁신 방안에 부합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유홍림 총장은 첨단융합학부를 새로운 교육의 틀을 만드는 실험대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런 입장은 교과과정에도 전공필수 이수 학점 축소와 ‘베리타스 강좌 1’을 비롯한 신규 과목 개설 등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지난 교과과정(안) 공청회에서 학생들은 기존 전공들과의 차별성이 불분명한 점, 창업과 전문 인재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설립준비단은 학생들이 실제로 졸업 전까지 듣게 될 수업의 구성은 기존 전공과 다를 것이며, 교과인증과정에서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세부 교과목에 대한 구체적인 과목 개요와 운영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만성적인 공간‧교원 부족 문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본부는 첨단융합학부를 위한 공간으로 현재 자연과학관1(18동) 일부를 확보해 뒀고, 앞으로 필요한 공간은 차차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필요한 공간은 구했다지만, 18동이 매년 늘어나는 정원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만큼 신규 시설 사업 확정 등 장기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원 부족도 걱정이다. 첨단융합학부와 많은 수업이 겹치는 공대는 2023년 기준 전임교원 확보율이 법정 정원의 80%대에 불과한데, 늘어날 정원을 고려하면 첨단융합학부 인원을 담당하고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매년 10여 명의 교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설립준비단은 인원이 늘고 학년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30명을 신규 임용하고 13명을 소속 변경 및 겸무로 확보하겠다 밝혔지만, 교원 임용이 매년 원활할지 불확실한 만큼 운영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물리학 실험 과목이나 컴퓨팅 기초 등 기초 교양 과목의 수업 부족 문제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내년 봄을 맞이하는 학생들과 서울대의 첫걸음이 삐끗하지 않으려면 여전히 준비할 것들이 많다. 남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당장 눈앞의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가야겠지만, 장기적 계획도 동반될 때 비로소 첨단융합학부가 교육 혁신의 첨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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