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수) 여성가족부는 제28회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해 남녀의 주거, 결혼, 경제활동 현황 등을 부문별 통계로 살펴보는「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발표했다. 이에 따를 때 2022년 기준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0%에 진입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10년 이래로 성별 임금 격차는 개선돼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통계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남성(73.5%)과 여성(54.6%)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8.9%p 차이 나고, 여성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22.8%)은 남성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11.8%)보다 11%p 높았다. 특히 여성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에 머물렀으며 월 평균 임금도 남성의 65%에 불과해, 27년째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 격차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내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서 성평등정책 예산은 2.5% 가량 삭감되고 가족정책 예산은 16.6% 증액됐다. 정부는 여성 노동계의 여러 문제는 뒷전에 두고, 육아하는 여성 노동자의 돌봄 과중 해소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 노동자를 향한 차별 해소는 1인 가구 여성, 사회 초년 여성 등 다양한 층위의 여성을 고려한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 복합적 문제다. 그러나 정부는 120대 국정 과제에서 여성 노동 관련 정책을 육아 휴직 확대 중심의 기혼 여성 노동자 돌봄 문제에 국한했다. 국정 과제에 따라 올해 3월 발표된「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도 여성 노동 차별 개선과 관련한 정책은 경력 단절 여성 대상 직업 훈련 및 기혼 여성 노동자의 일·가정 양립 문제에 초점을 맞춘 돌봄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다.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개선을 위한 정책은 권고 수준에 그쳤으며,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해서도 동일 임금 제도 추진 등 실효적 방안을 내놓는 대신 성별 임금 격차 통계를 내는 데 머물렀다. 

정부가 여성 노동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뒷전에 두고 육아에 초점을 둔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여성 정책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하위 정책으로 인식함을 보여준다. 여성 노동에 대한 정부의 이같이 편협한 이해로는 서로 긴밀히 엮여 있는 저출생과 여성 노동 문제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차별적 노동시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경력이나 출산 중 하나를 포기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성 노동 차별 개선과 관련한 각종 정책과 통계에서 ‘여성’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최근 정부의 행태는 정책 전반의 일관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인 가운데, 성차별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저출생 해결이 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빈약하다. 

정부는 저출생 해결의 도구로 여성 노동자를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이번 통계로 드러난 여성 노동자의 차별적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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