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셔틀버스 정류장 혹은 도서관 통로에서 차분히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신문』 한 부를 집어 드는 것은 필자에게 한 주가 새로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형성된 오랜 습관이다. 『대학신문』을 읽을 때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패턴이 있는데 제일 먼저 의견란에 실린 ‘관악시평’과 ‘자하연’부터 읽는 것이다. 교수진이 집필하는 글이다 보니 내용이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싣기에 전공에 매몰돼 있는 필자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해 줘 차분하고 꼼꼼하게 읽는다. 

2076호의 ‘관악시평’과 ‘자하연’ 역시 에너지와 국제통상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이 잘 녹아있어 필자의 세계관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특히 김태영 교수의 글은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김태영 교수의 글에서 핵심은 서두도 결말 부분도 아닌 글의 중간 부분에 있다. 그는 “우리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국가들 역시 우리나라에 큰 기대나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라고 단언하며 이들은 여전히 미국, 유럽, 중국 시장에 비해 한국을 주변 시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의 주장이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여러 국가 무역 종사자와 인터뷰한 결과라는 점이다. 지나치게 애국주의적인 콘텐츠들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상황 속에서, 필자 역시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사실에 기반한 해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을 보며 이런 생각이 필자만의 우려가 아니라는 점에 괜한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

2076호 5면에 실린 특집 기사 ‘식량위기의 마지막 골든아워’는 주제의 탁월함과 기자의 성실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농업의 가치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는 우리의 뇌리에서 어느덧 사라져 버렸지만, 이 기사는 다양한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업이 산업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제시한다. 단순히 한국의 종자 산업이 낙후됐다는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선진화될 수 있는지 그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아쉬운 점은, 한국 영세 농업기업과 대비되는 세계적인 농업기업인 카길, ADM, BG, 루이 드레퓌스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더라면 독자들이 한국 농업 산업의 현실을 더욱 실감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후속 기사를 기대해 본다.

 

정동희 강사

서어서문학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