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2023 가을 축제 ‘SNUFESTIVAL: 온 더 보드’

지난 12일(화)부터 14일까지 3일간, 서울대 잔디광장은 2023 가을 축제 ‘SNUFESTIVAL: 온 더 보드’를 맞아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축제 이름 ‘온 더 보드’는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인 부루마블에서 착안해, 서울대 학생들이 잔디광장이라는 네모난 보드판 위에서 여정을 떠난다는 설정을 담았다. 무대에 올라 자신을 뽐내는 이들,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는 이들, 그리고 잔디광장에 잠시 누워 별을 보는 이들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 학생들은 잠시간 쉼표를 찍었다. 

 

1일 차 - 자신을 마음껏 펼쳐라!

축제 첫날, 잔디광장은 그 한가운데서 펼쳐진 버스킹의 선율로 가득 찼다. 사회대 밴드 ‘소나무’는 뉴진스의 〈Attention〉 등 여러 댄스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해석해 가을 축제의 정취를 더했다. 이어 홀로 무대에 선 유예원 씨(의예과·22)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잔디광장의 들뜬 마음들을 더욱 간지럽혔다. 유 씨는 “본과 진입을 앞두고 관악에서의 마지막 축제를 즐기고 싶어 참여했다”라면서 “평소 혼자 묻어뒀던 외로움, 불안 같은 감정들을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디오헤드(Radiohead)의 〈High and Dry〉,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 등을 선곡했다”라고 말했다. 

▲미니게임 ‘황금열쇠: 카니발 초대권’ 부스에서 공을 던지는 학생의 모습.
▲미니게임 ‘황금열쇠: 카니발 초대권’ 부스에서 공을 던지는 학생의 모습.

무대 오른편에 있던 미니게임 황금열쇠 ‘서울의 주인은?’과 ‘카니발 초대권’ 부스에서는 역동적인 축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의 주인은?’ 부스에서는 가장 힘센 단과대를 가려낸다는 설정 아래 단과대별 해머 기계 점수 내기가 펼쳐졌다. 또한 ‘카니발 초대권’ 부스에서는 학생들이 멀리 있는 종이컵으로 쌓은 탑을 향해 공을 던져 무너뜨린 종이컵 수에 따라 간식이나 대왕 인형 등 상품을 얻기도 했다. 있는 힘껏 공을 던지던 김찬영 씨(사회복지학과·21)는 “우리 학교 축제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신기하다”라며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라고 즐거운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메뉴를 소개하는 황영보 씨.
▲학생들에게 메뉴를 소개하는 황영보 씨.

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은 밤에는 텐트가 하나둘씩 설치되며 캠핑을 온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잔디광장 중앙에서 공연이 이어진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무알콜 칵테일과 함께 카나페·나초·콘치즈 등의 안주가 마련된 야시장인 ‘무인도 마켓’이 자리하고 있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뽐내던 야시장 부스 ‘LA LA LAND: City of JAME’에서 서빙을 한 황영보 씨(전기정보공학부·23)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부스 운영을 신청했다”라며 “칵테일과 어울리는 안주를 준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2일 차 - 비가 와도 즐긴다, 운치 있는 축제

▲밴드 ‘플라잉 히비스커스’의 모습.
▲밴드 ‘플라잉 히바스커스’의 모습.

비도 축제를 즐기려는 학생들을 막을 수 없었다. 주요 행사였던 단체 게임이 취소됐지만, 2일 차 축제의 ‘샤운드 오브 뮤직’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미리 마련된 천막 아래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하거나 우산을 든 채 공연을 즐겼다. 고구려·프랑스·멕시코 등 동서고금의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스트릿’, 타로·인화 사진·캐리커처 등으로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트스트릿’도 전날에 이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아트스트릿 한편의 부스에서 초상화를 그리던 황리치 씨(식물생산과학부·22)는 흑연이 묻은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노련하게 학생들의 얼굴을 그렸다. 부스에 떨어지는 거센 빗소리, 비를 뚫고 들려오는 밴드의 웅장한 음악 그리고 황 씨의 집중한 눈동자는 축제의 맛을 한껏 높였다. 황 씨는 “부스를 찾은 모든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탈출 부스 ‘무인도’에서 힌트를 푸는 전재욱 씨와 이찬민 씨.
▲방탈출 부스 ‘무인도’에서 힌트를 푸는 전재욱 씨와 이찬민 씨.

방탈출 부스 ‘무인도’ 역시 1일 차에 이어 2일 차에도 진행됐다. 보드판에서의 무인도는 지루한 감옥이지만, 적어도 온 더 보드에서만큼은 심장이 쫄깃한 방탈출의 현장이었다. 학생들은 제한 시간 15분 동안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위해 책가방과 여행 가방에 든 힌트만으로 4자리 숫자를 알아내야 했다. 방탈출에 참여한 전재욱 씨(화학생물공학부·23)와 이찬민 씨(에너지자원공학과·23)는 “비밀번호를 푸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바깥에서 하는 방탈출 카페에 온 것 같았다”라며 “지난 봄 축제보다 즐길 거리가 많아 정말 재밌고, 학교가 익숙해진 가을에 축제를 즐기니 더 좋다”라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3일 차 - 모두 손 머리 위로!

▲밴드 씨엔블루(CNBLUE)의 리더 정용화 씨가 열창하고 있다.
▲밴드 씨엔블루(CNBLUE)의 리더 정용화 씨가 열창하고 있다.
▲뉴진스(NewJeans)의 〈Hype boy〉 무대
▲뉴진스(NewJeans)의 〈Hype boy〉 무대

폐막제는 보컬&힙합동아리 트리플에이치(Triple-H)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진 △BAB △바운스팩토리(Bounce Factory) △조수혁 △BV Hai-M △이석주 △백상아리 △싸이로스펀(SIRO-SPUN)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뛰어난 무대 매너와 공연을 선보였다. △고어헤드(GoAheaD) △GSZ △혼또니 △이:헤르츠(222Hz)의 힘찬 군무 역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학생 공연의 마지막 주자였던 서울대 응원단은 학교 응원가 〈관악을 보게 하라〉, 〈샤애가〉에 맞춰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고 학생들은 하나가 된 듯 응원 구호를 외쳤다. 폐막제의 또 다른 꽃인 연예인 공연에는 밴드 씨엔블루(CNBLUE)의 리더 정용화의 멋진 퍼포먼스가 있었고, 뉴진스(NewJeans)의 공연을 피날레로 그 막을 내렸다.

이번 가을 축제를 기획한 ‘축제하는 사람들’(축하사)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축하사는 특히 축제 준비과정에서 장애인권동아리 위디(With:D)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부스와 광장의 단차를 없애고 폐막제에 배리어프리존을 마련했다. 장애 학생도 높이가 높은 외부 푸드 트럭에서 쉽게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를 미리 푸드 트럭에 배포하기도 했다. 손다인 축하사장(경제학부·21)은 “봄 축제 때 축제 입장을 담당하면서 축제의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었다”라며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사진:  손가윤 사진부장 yoonpat2701@snu.ac.kr

박선영 기자 leena1208@snu.ac.kr

최수지 기자 susie2003@snu.ac.kr

레이아웃: 구효주 편집기자 altlghz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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