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엽 교수(보건학과)
김창엽 교수(보건학과)

혹시 영양군이 어느 도에 속하는지 아시는지? 정답은 경상북도, 안동 부근에 있다. 약 1만 6천 명이 사는 곳인데, 내륙 시군 중에 가장 인구가 적다. 이름조차 생소하다면 그곳 출신이거나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 수는 더 적을 터, 거리로나 마음으로나 서울에서 한참 멀다.

몇 해 전 영양군을 방문했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걱정거리는 의료 사정이었다. 병원과 의원이 한 곳씩 있었는데, 병원은 말이 병원이지 의원이나 마찬가지, 결국 의원 두 군데가 전부였다. 치과의원과 한의원들이 더 있지만 요즘 모두의 관심사인 ‘필수 의료’를 책임지기는 역부족이었다. 응급 의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 

이쯤 되면 의료 외의 형편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약 40%가 되는 마당에 노인 돌봄은 어떻게 가능할까. 교육과 교통은? 그 당시 만난 주민이나 공무원도 경제, 소득, 일자리 같은 문제는 뒷전이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가 최고 관심사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신문』독자들이 이런 ‘스토리’에 놀라지는 않으리라 짐작한다. 이런저런 사정과 분위기, 관심은 자주 듣던 이야기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고령화, 인구 감소, 지역 소멸 같은 말이 최근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니 늘 듣고 말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또는, 얼마 전 그 말썽 많던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도 있었으니 지방과 지역을 새삼 어떤 익숙한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할지도.

몇 해 전까지는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수도권 지역과 농어촌, 또는 ‘인구 소멸 지역’의 형편은 어느 곳이든 상상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모든 영역의 규모가 줄고 일부는 기반까지 없어지는 중이다.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줄고 노인 인구 비율이 빠르게 올라가는데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고. 지역 축제니, 국책 사업 유치니 하지만 그게 무슨 근본 방법이 되겠느냐고 어느 정도는 냉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불평등에 관심이 커진 후에 비로소 지역 문제라는 딜레마, 그와 관련된 불편함이 약간은 줄었다. 관계성이라는 원인을 생각하면서 관점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지역으로부터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역의 현실에서 그런 관점을 배웠다고 하겠다. 지역과 그 주민 관점에서 지역 문제와 가능성을 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인식론이자 실천론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지금 지역을 보는 데 세 가지 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① 국가 또는 중앙 정부의 관점, ② 서울 또는 수도권이 나머지 지역을 보는 관점, ③ 비‒수도권 비‒대도시 지역이 자신을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국가 관점에서 인구 2만 명이 안 되는 지역의 ‘개별’ 의료 문제는 통계 속으로 흡수되기 마련이다. 국가 통계로서의 인구당 의사 수, 병상 수, 인근 종합병원까지의 시간 거리 등의 지표에서 지역은 그저 평균을 구성하며 사라진다. 국가 과제란 흔히 모든 지역을 통틀어 ‘60분 내 응급실에 도착할 수 없는 인구의 퍼센트’를 관리하는 일이니,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지역 현실은 들어갈 틈이 없다. 지역 관점의 불가능성이다. 

관점의 차이 그 자체보다 관점을 둘러싼 권력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 권력은 타자의 관점으로 자신의 문제를 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벌써 한참 전부터 문제가 됐던 지역의 필수 의료 문제는 서울과 대도시에서 소아과 ‘진료 대란’이 난 후에야 부랴부랴 언론의 관심을 받고 국가 정책 의제가 되었다. 의대 입학 정원 이슈도 마찬가지,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줄어든다는 진단이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역 불평등과 불균형이라고 말할 때조차 지역과 지역민의 삶이라는 시각보다 국가 관점의 지역을 전제하는 어떤 권력 탓이 아닐까.

『대학신문』에 실리는 글인 만큼, 이런 질문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어떤 지역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지금 지역 문제는 균형과 형평을 넘어 정의와 권리의 문제에 접근하는 중이다. 오늘 우리가 다루는 우리 사회에 관한 지식은 이런 지역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자원을 배분하는가? 왜 이렇게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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