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원장으로 이동관 씨를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주도했던 그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통위원장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위원장의 방통위가 보여주고 있는 방송 매체에 대한 이런 편향적 감독과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무리한 개입은 방통위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위원장 취임 2주 만에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 포스(TF)를 출범시키고 방송 매체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를 보면 사실상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지가 다분해 보인다. 방통위는 TF 출범 이틀 만에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JTBC를 콕 집어 전반적인 보도 과정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점검 결과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방송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재허가 조건에 반영하겠다며 방송의 존폐까지 운운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와 범위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허위 정보 유출 시 언론의 폐간이 가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통위의 독단은 가능하지도 않은 행정권 남용이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다.

또한 이 위원장 체제 출범 전후로 벌어지고 있는 방통위, KBS 이사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대한 정권의 무리한 개편 시도는 공영방송의 언론 자유에 부정적이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야 하는 방통위는 현재 여권 추천 인사인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명으로만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18일(월) 방통위는 인사 감독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권 인사 2명의 결정만으로 방문진 야권 김기중 이사의 해임안을 갑작스레 의결했다. 이 위원장 임명 전이었던 지난 7~8월에도 방통위는 여권 인사 둘이서 공영방송 이사진 4명의 해임을 의결했고 그 자리에 여권 인사가 보궐된 바 있다. 하지만,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법원이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서 방통위 결정을 번복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통위의 현 체제가 공영방송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정치적 중립 상태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 의해 나눠 먹기식으로 추천되는 방통위원 구성 방식으로는 정치적 중립 상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방통위 구성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혁이 근본적으로 고민돼야 한다. 또한 방통위의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도 하나의 현실적 방법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이 주목되는 이유다. 방통위의 정치적 편향은 언론 제반을 위축시킨다. 방통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방통위 구성원의 성찰과 더불어,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통위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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