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23일(토)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축구나 야구 등 이제껏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온 종목도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주목하는 종목은 e스포츠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던 e스포츠는 이번에 정식 종목이 됐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리그인 ‘스타리그’가 막 시작되던 어린 시절, 프로게이머들이 사이버틱한 점퍼를 입고 우주선 같은 부스 안에서 경기하던, e스포츠 여명기를 지켜본 입장에서 프로게이머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항전에 출전한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된 것은 흥미롭지만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 스포츠 경기에 포함되는 건 위험하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e스포츠가 가지는 상업성, 불안정성, 불공정성 때문에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e스포츠 종목이 게임사 소유의 상품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흔히 영국을 축구의 종주국이라고 말하지만 축구 그 자체를 영국 정부가 소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e스프츠는 다르다.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 속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는 라이엇게임즈의 상품이며,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상업성 논란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당연히 후원사 등의 광고를 하지만 게임사의 상품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게임사가 소유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불안정성 문제도 따라다닌다. 지금은 잘 나가는 게임이라도 수익이 줄어들면 게임사는 얼마든지 게임 운영을 종료할 수 있다. 규칙 또한 일반 스포츠에 비해 바뀌는 빈도가 잦고 임의적이다. 현실의 스포츠도 종종 규칙이 개정되기는 하나 그것을 위해서는 긴 합의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사가 프로그램을 일부 수정하는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 규칙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 축구에서 선수 퇴장을 위한 옐로카드가 3장이 되거나, 야구에서 1아웃에 필요한 스트라이크 수가 4개로 바뀌는 정도의 큰 규칙 변화도 e스포츠에선 게임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와 동시에 따라오는 것이 바로 불공정성 문제다. e스포츠에서 특정 패치 때는 잘했던 선수가 다른 패치 때는 실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반대의 경우도 많다. 고로 e스포츠 대회에서 게임에 어떤 패치를 적용하느냐는 선수의 활약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 게임사가 대회에 특정 선수나 팀을 위해서 특정 패치를 적용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LoL 종목에서도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현재 패치가 아닌 두 달 정도 전 패치를 게임에 적용하게 됐는데, 이를 두고 중국대표팀의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이제껏 게임사 주최의 클럽대항전 중심으로 이뤄지던 e스포츠 경기를 제대로 된 국가대항전 형태로 볼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여러 우려가 있지만 e스포츠는 다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태다. e스포츠가 문제점을 보완해 이후에도 계속 정식 종목에 남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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