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학생들에게 연습은 전공 공부만큼이나, 혹은 그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습은 어디에서 이뤄질까? 주로 음대 내 연습실이다. 방음 성능이 떨어지는 등 환경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교내 연습실은 수요가 많다. 서울대 특성상 학외로 나가기 어렵고, 비용 문제도 있어 학교 근처의 사설 연습실 사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교내 연습실 수는 그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연습실 예약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2021년까지 연습실 예약은 음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으며 하루에 최대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약 시스템 페이지가 허술해 3시간을 초과하는 예약이 허용되기도 했고 연습실을 예약만 하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부터 ‘비어있는 연습실은 예약과 무관하게 사용하고 예약자가 오면 자리를 비워주면 된다’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생겨났다. 

그러던 중 2022년 음대가 연습실마다 개별 보안 장치를 설치하며 연습실 관련 학칙 및 이용 방식이 달라졌다. 연습실 예약 시스템이 정보화본부의 ‘예약하샤’에 통합됐고, 말뿐이었던 시간제한이 시스템에도 반영됐다. 그러나 시스템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에 갈등을 불러온 규칙이 생겼다. 연습실 예약을 취소하고 싶다면 예약일로 넘어가는 자정 이전에 취소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빈 연습실도 예약자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노쇼’로 판별된 후 새로운 예약이 가능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레슨과 합주 일정이 당일에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 연습실 예약 취소도 당일에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연습실 ‘노쇼’ 행위에 페널티를 부여해야 하기에 ‘당일 예약 취소 불가’라는 조건을 붙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생들은 문 사이에 무언가 끼워두는 방식으로 열린 상태를 유지해 누구든 연습실을 쓸 수 있게 하자고 암암리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런 사용은 시스템에 오류를 불러일으켜, 운영하는 곳에서 비정상적인 사용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로의 목적이 얽혀 발생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현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학교, 그리고 융통성 있게 연습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 쌍방이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만한 분위기에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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