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에는 재밌는 내용이 있다. 법 제2조 1항 1호 중 “사람”을 “사람(대학원생을 포함한다)”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원생은 사람이 아니었느냐는 구슬픈 농담이 떠돌았지만, 해당 법률안의 취지는 대학원생도 노동자이며 헌법상의 노동3권에 대해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갑질’이 만연했던 예전에 비해서는 한참 나아졌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개선은 또한 수많은 투쟁과 소란을 통해 나아지게 된 것이다. 그보다 더 많은 침묵을 뒤로한 채 말이다. 오늘날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 올해 7월 인권센터에서 발표한 〈대학원생 인권지표 및 실태조사〉를 보자. 조교 등 근로활동에 참여한 경우 ‘수행한 업무의 노동 강도와 업무량을 감안할 때, 그 대가로 받는 임금 수준이 얼마나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임금수준이 적은 편이라고 응답한 대학원생은 60%가 넘었고, 일한 것에 비해 많이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가량에 불과했다. 또한 업무량이 적절한지 과도한지를 묻는 질문에서, ‘업무량이 적절하고 규정시간을 초과하지 않음’이라고 답한 이들은 과반이 안 되는 47%에 불과했다. 당연히 과별 차이나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의 경우, 집안에 돈이 넉넉한 부자가 아니라면 팍팍한 삶을 살거나 아예 대학원에 갈 꿈도 꾸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집단적 움직임도 존재한다. 작년 미국 UC 대학의 대학원생 및 강사와 연구자 등 학술 노동자들 5만여 명은 대규모의 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요구조건은 임금 인상이었다. 평균 연봉 24,000달러(약 3,200만 원)로는 캘리포니아의 집세를 마련하기에도 턱없이 적다며 54,000달러(약 7,300만 원)로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 결과 UCLA나 UC버클리와 같은 곳에서는 최소 연봉을 36,500달러(약 4,900만 원)로 올리기로 합의했으며, 다른 캠퍼스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을 합의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68혁명 당시 독일의 학생들은 만연해 있던 사회의 권위주의뿐만이 아니라, 그와 같은 사회의 권위주의를 닮은 경직된 대학을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싸웠다. 이들은 3분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로 독일 대학들의 표준적 원칙으로 정착시켰다. 이것은 학교의 일을 △학생 △강사와 조교 등 학문중간층 △교수의 3주체가 협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자로 갈수록 전문지식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 학생들은 성숙한 인간의 판단력을 믿어야 하며 강사와 조교로 전문지식이 보완될 수 있다고 맞섰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장학금’이 단지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자선 같은 것이 아니라, 학문과 연구노동을 수행하는 공적인 과정에 대한 마땅한 보수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대학원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해 마땅한 공적인 일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마땅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함께 주장할 수 있을까? 나아가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취임사에서부터 ‘반지성주의’와 대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는 도리어 연구개발(R&D) 예산 감축을 발표했고, 학생사회와 대학원생 노조 등은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선 대학원생 노동조합에 가입을 문의해 봐야겠다.

 

강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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