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 차장(취재부)
김미리 차장(취재부)

두 끼를 연이어 불닭볶음면만 먹은 적이 있다. 주말이라 학내 식당은 거의 문을 닫았고 학외로 나가기는 너무 멀어서 그냥 편의점 음식으로 때운 것이었다. 아침은 굶었으니 하루 식비로 3,600원만 쓴 셈이다.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니다. 주변의 많은 기숙사생들은 컵라면이나 인스턴트 컵밥 따위를 쟁여두고 아예 주식처럼 먹는다. 매운맛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밤엔 이래저래 속이 쓰려서 잠이 안 왔다. 대학생의 식사에 대해 뭐라도 한 마디 하고 싶어져서, 그렇게 학식 연재 기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서울대 및 국내 대학가의 학식 현황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기획이었다. 큰 규모로 설문조사도 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인 여건과 나의 능력 부족 탓에 결국 조그마한 연재 두 편이 됐다. 1편은 천원의 식사, 2편은 비건 학식. 내 딴에는 가장 시급한 주제 두 가지였지만 미처 못 담긴 논점도 많아 아쉽다. 그래도 일련의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말은 딱 하나다. ‘대학생에게 싸고 맛있는 밥을 제공하라.’

지루할 정도로 당연한 요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더라. ‘천원의 아침밥’에 한 마디씩 얹은 주요 일간지의 기사 및 칼럼들이 꼭 그랬다. 안 그래도 재정 악화로 대학 상황이 어려운데, 훌륭한 교수진 영입에 쓸 돈을 왜 학생들 밥 먹이는 데에 낭비하냐는 것이다. “대학이 무슨 무료급식소냐”라든가 “싸구려 포퓰리즘을 남발하지 말라”라는 일갈도 있었다. 어떤 가치를 더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매일 학식을 먹으면서 물가를 체감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퍽 상하는 비평이다. 정책적 설계를 다시 고민해 보자는 뉘앙스가 아니라 굳이 대학생의 식사권을 나서서 챙겨줄 이유가 없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한 칼럼에서는 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의 아시아 명문대와 국내 대학을 비교하며, 천원의 식사를 할 돈으로 국제 경쟁력이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뒤처진 것은 QS랭킹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천원의 식사가 시작되기 몇 년 전에 일본 대학가에서는 이미 ‘100엔 아침밥’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비건식이나 할랄식이 멸종 수준에 가까운 국내 대학과 다르게 싱가포르 대학의 식탁에서는 다양성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다. 학생 복지에서도 우리는 후발주자라는 것이다.

2022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지출 항목은 식비였다. 엥겔지수 고득점으로 내몰린 대학생을 약간만이라도 생각해달라는 것이 그리 과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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