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집시법 개정 추진에 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지난달 21일 경찰청은 집회나 시위의 제한·금지 조건 확대와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하는 개정의 이유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하지만 개정 방향이 되려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집회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조치 이면에는 어떤 배경이 있으며, 지켜져야 하는 집회의 가치란 무엇일까.

 

집시법 개정 추진의 배경은

이번 집시법 개정은 5월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의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가 소음, 냄새, 노숙 등으로 공공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집회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정부는 지난 6월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관계 부처는 세 달간의 논의를 진행했다. 결국 지난달 21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불법 집회·시위로부터 국민의 평온권과 교통권 등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이 확정됐다.

이번 개선방안은 집시법 개정 추진을 통한 △0~6시 심야 집회‧시위 금지 △질서유지선 침범 처벌 강화 △소음 규제 기준 강화 △현수막 게시 가능 조건 축소를 그 골자로 한다. 또한 현장 대응 방침의 변화로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시위에 대한 적극적인 제한‧금지 통고 △공공질서 위협, 국민 기본권 침해로 판단되는 집회‧시위의 제한‧금지 통고 검토 △경찰력을 동원한 보다 적극적 불법집회 해소 △드론 채증을 담고 있다.

 

국가에 짓밟히는 집회의 자유

그러나 개정 추진안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 집시법 10조는 ‘해가 진 후나 해가 뜨기 전, 특별 허가 없는 옥외집회를 금지한다’라고 명시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해당 조항에 대해 2009년 야간 특정 시간대에 대한 일괄적 옥외집회 금지는 헌법과 불합치한다고 판결했고, 2014년 해가 진 이후부터 24시까지의 옥외집회 금지는 위헌이라 판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선임간사는 “심야시간대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헌재의 다수 판례에서 확인한 집회 시간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위의 본질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집시법 제2조 2항은 시위를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변호단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음 규제와 처벌 강화는 기세를 보여야 할 집회·시위 장소에서 침묵하라는 것과 다름없어 위헌적이다”라고 지적하는 한편, “현수막을 집회가 실시되는 동안에만 게시하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시법 개정 추진의 이면에는 정부에 반하는 집회·시위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명희 활동가는 “최근 정당한 집회신고에 대해서도 경찰이 교통방해를 이유로 금지 통고를 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허가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번 개정 추진이 이런 억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되며, 그 근본적 목적이 시위를 통제하고자 함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전했다. 이 선임간사 역시 “경찰이 근절하겠다고 내세우는 불법집회의 정체는 결국 현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아닐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집회에 귀 기울일 우리의 의무

일각에서는 집회를 벌이는 사람들을 향해 ‘겪은 일은 유감이나 그 때문에 무관한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권리는 없다’와 같은 태도를 보이며 ‘집회로부터 피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다는 이번 개정 추진안은 이런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불편에 대한 비난에 앞서 그들이 집회라는 방식을 택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ueer in SNU)에 소속된 김동은 씨(물리천문학부·19)는 “소수자인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방식은 한정돼 있기에,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다른 시민의 고통과 권리 침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김선아 동아리장(사회학과·22)도 “잠깐의 불편함과 누군가의 삶 전체는 비교 대상이 아니기에, 그들이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특히 집회에서 비판되는 사회 시스템은 시민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집회는 사회가 소수 구성원의 목소리까지 받아들여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권소원 위원장(경제학부·19)은 “당신이 부당한 일을 겪거나 소수자의 위치에 서게 될 때 당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집회와 시위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희 활동가 역시 “시위는 다른 시민의 권리와 충돌하거나 그것의 약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모두가 권리를 누리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시스템은 결국 우리 모두가 승인한 것이기에, 시스템의 불평등으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에는 모두의 책임이 있다. ‘집회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해 수인돼야 한다’라는 2003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우리에게 잠깐의 불편함조차 감수하지 못한 채 무작정 눈을 감고 귀를 막을 권리는 없음을 명확히 한다. 거리로 나온 이들의 마지막 외침조차 듣지 않으려는 태도 대신 그들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는 태도로 국가와 시민사회가 더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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