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창작집단 새벽’의 창작 뮤지컬 〈프로젝트 용궁: 낙원의 미스테리〉

지난 4일(수)부터 6일까지, NH농협두레문예관(67동)에서 ‘창작집단 새벽’이 창작 뮤지컬 〈프로젝트 용궁: 낙원의 미스테리〉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서울대 학생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창작집단 새벽’이 극본부터 음악, 안무, 의상, 조명, 소품, 무대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 낸 추리 뮤지컬이다. 50여 명의 팀원이 합심해 일궈낸 그들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감상해 보자.

 

현실과 게임 속 가상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다

창작 뮤지컬 〈프로젝트 용궁: 낙원의 미스테리〉는 게임 개발사 XPS의 총괄 프로그래머 윤지운의 자살 소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총괄하던 가상현실 게임 ‘용궁’의 성공적인 출시가 예정된 상황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이에게 의구심을 남겼다. 지운의 여동생이자 프로게이머인 윤재이는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게임 ‘용궁’의 가상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푸른 조명으로 뒤덮인 가상 공간 속에서 군무를 펼치는 등장인물들.
▲푸른 조명으로 뒤덮인 가상 공간 속에서 군무를 펼치는 등장인물들.

〈프로젝트 용궁: 낙원의 미스테리〉는 게임 속 가상 현실이라는 소재를 뮤지컬에 녹여내는 독창성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주인공이 가상 세계 속으로 접속했을 때 송출되는 로그인 안내 멘트, 무기를 휘두를 때 들리는 익숙한 효과음 등 관객을 게임 ‘용궁’ 안으로 끌어들이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다. 신비롭고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더하는 은은한 청록색의 조명에 빠져들다 보면, 관객은 ‘용궁’의 가상현실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장면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각종 장치들의 역할도 돋보였다. 웅장한 규모의 배경 전환 장치는 회전문의 형태로 작동하며, 때로는 현실 속 배경을, 때로는 가상 세계의 배경을 적절하게 보여줬다. 현실 속에서는 평상복, 게임 속에서는 전통 복장으로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구분되며 극 중 배경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도 주목할 만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지운의 죽음을 둘러싼 의구심은 점층적으로 더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극 마지막에 이르러 반전 결말이 공개되며 이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된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그와 동시에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의 흐릿한 경계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서사를 마무리한다.

이때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과 안무는 이야기의 흐름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극 초반부에서 게임의 논플레이어 캐릭터(NPC)들은 재이의 가상 세계 입장을 환영하며 “현실보다 더 달콤하고 현실보다 더 아름답지”라는 메인 가사와 주제 멜로디를 소개한다. 이런 가사와 멜로디는 극이 진행될수록 변주되고 개사되며 “거짓보다 더 달콤하고 꿈보다 더 영원한” 이야기의 절정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게임 세계 속 검객들의 절도 있는 군무 등도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뮤지컬 뒤에 숨겨진 이야기

〈프로젝트 용궁: 낙원의 미스테리〉는 연극·영화 비전공생 학생들에 의해 바닥부터 쌓아 올려진 공연임에도 훌륭하게 그 결실을 맺었다. 새로운 뮤지컬을 제작하는 일은 스토리 설계부터 시작해 작곡·작사, 안무 제작, 무대 설계, 소품 제작, 끝없는 연습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과 높은 난이도의 작업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학내에서는 비전공생 집단이 뮤지컬 작품을 처음부터 만들어 공연에 올리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집단 새벽’은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했다. 건축학과, 기악과 등 다양한 학과와 중앙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 여성 댄스동아리 ‘고어헤드’ 등 다양한 동아리로부터 모여든 학생들이 약 2년의 기간 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와 결국 의미 있는 결실을 이뤄냈다. 팀을 결성하면서부터 작품의 공연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 과정 속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창작집단 새벽’의 김수민 총괄 프로듀서(중어중문학과·19), 김수빈 무대 제작 총괄(건축학과·21), 김은희 경영지원팀장(독어독문학과·19·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 답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Q. ‘창작집단 새벽’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는가?

A. ‘창작집단 새벽’의 초기 멤버들은 이미 중앙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에서 깊은 인연을 유지해 왔던 친구들이다. 주변에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이 많은데 졸업하기 전 의미 있는 작품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김수민 총괄 프로듀서의 제안에 다 같이 합심하게 됐다.

 

Q. 문화예술원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A. 연출팀 회의에서 학교의 제작 지원을 요청해 보자는 의견이 나와 그 자리에서 바로 문화예술원에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문화예술원의 교수님과 직원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기회를 얻게 됐다. 많은 준비를 한 후 발표를 진행한 결과 당일에 제작 지원을 확정받을 수 있었다. 자금 지원뿐 아니라 문화예술원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 선생님들께 작품 연출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수업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도움이 아마추어 프로덕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Q. 스토리 제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가?

A. 극을 잘 조직해 탄탄하게 쓰려면 근본적인 스토리 라인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뮤지컬이 게임을 소재로 삼다 보니 스토리 라인을 꼼꼼히 만들려면 게임의 스토리 라인까지 별도로 짜야 했다. 이를 위해 게임의 운영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고, 실제 게임 제작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검토받기도 했다.

더욱 실감 나는 추리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품의 미스터리를 잘 살릴 필요가 있었다. 이에 한국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조사하고, OTT에서도 미스터리물만 찾아봤을 만큼 작품의 스토리에 신경을 썼다.

 

Q. 극본 제작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A. 한 명이 혼자 극본 전체를 담당하기에는 뮤지컬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세 명의 공동 극작진이 각자 파트를 나눠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방식에는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았는데, 여러 사람이 쓰다 보니 문체나 디테일이 맞지 않아 수합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초기 각본은 통째로 폐기했고, 이 때문에 프로젝트가 1년 정도 미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는 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재밌는 소재, 인물의 특성, 결말 등이 떠올랐고 결과적으로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Q. 회전문 형태의 무대 배경 전환 구조를 직접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의 난관은 없었나?

A.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매우 많았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문제는 무대가 제작된 설계 스튜디오의 입구가 회전문 구조의 크기보다 훨씬 작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회전문은 해체 후 재조립이 가능하도록 제작해야 했었다. 이처럼 해체 운반이 불가피한 구조물의 경우 해체 이후에도 유격 없이 정밀하게 재조립될 수 있도록 제작 단계에서부터 미리 기술적 방법들을 사용해야 했다.

 

‘창작집단 새벽’의 성공적인 작품 제작과 공연 성사 사례는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가 무궁무진한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져 학내외 문화의 다채로움을 더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사진: 박선영 기자

leena1208@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