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서(사회학과·21)
김현서(사회학과·21)

2017년, 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고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위반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지시한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이 있었다. 수십 명의 군인이 수사받았고, 그중 23명이 입건돼 모욕적인 심문을 받았다. 사건 당사자들은 ‘동성애자라는 죄’로 군검사와 군사경찰대에 의해 여러 번 추궁당해야 했다고 증언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대한민국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군형법 추행죄는 동성 군인 사이 합의에 따라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성적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다. 군대 내 성폭력 관련 처벌 조항은 군형법에 별도로 규정돼 있기에, 해당 조항은 성소수자를 검열하고 낙인찍는 성소수자 차별 조항이라 볼 수 있다.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2017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 2017년 제3차 유엔 국가별정례인권검토 등은 인권 침해적인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꾸준히 권고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군형법 추행죄로 기소된 사례에 대해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성행위 전반에 걸쳐 군형법 추행죄를 적용할 수 없고, 군형법 추행죄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2019도3047).

헌법재판소에서는 군형법 추행죄에 관한 다수의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병합돼 한동안 계류 중이었다가, 지난달 26일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의 결정에 이어 2023년에도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 헌법재판소는 다수 의견으로 “혈기 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생활공간을 모두 공유하면서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회와 비교해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적었다. 나아가 동성 군인 간의 성적 교섭 행위를 ‘방치’한다면 군대의 위계질서가 흔들려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서는 조항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서술했다.

군형법상 추행죄를 합헌으로 인정함으로써 국가가 보전하고자 하는 공익이란 무엇인가. 군기라는 막연한 개념인가.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사회적으로 다수인 이성애자들과 달리 동성 간의 성적 행위 자체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입법과 법 해석 과정에 반영돼 있는데도—위헌의견은 이 점을 짚어냈다—합헌의견은 이를 용인한 것이다. 법 조항이 사실상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개탄스럽다. 법률기관의 사례별 판단에 의존하면 되는 일이라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기관이지만, 벌써 네 번이나 성소수자 군인의 기본권 침해를 외면했다. 더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고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법을 똑바로 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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