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개최됐다. 추모대회에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 및 희생자 유족, 그리고 이들과 아픔을 나누려는 시민들이 참석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추모대회에 끝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앞서 추모대회를 개최하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로부터 추모대회에 초청받았지만,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추모대회가 ‘정치 집회’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이 모인 추모대회 대신 한 교회의 추도예배에서 메시지를 내며 참사 1주기를 보냈다.

추모로 화합해야 할 시점, 추모대회가 정쟁으로 치달은 사태에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 ‘정치 집회’ 발언에 호응이라도 하듯 국무위원들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핵심 인사도 유가족과 시민, 야당 인사가 모인 서울광장이 아닌 교회에 얼굴을 비췄다. 참사 피해자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며 하나 된 추모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참사 1주기는 여야 간 정쟁의 시간이 되고 말았고 서울광장에 모인 유가족은 이와 함께 정치 집단으로 치부됐다. 

이태원 참사의 정쟁화는 사고 이후 진전없는 후속 대응을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들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했던 것은 진심 어린 사과와 대책 마련이다. 그러나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윤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참사 피해자를 만나지 않고 있다. 참사 직후, 한 희생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이 전부다. 지난 2월과 3월, 유가족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끝내 이들을 외면했고 이번 추모대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여권 인사들로만 채운 ‘그들만의 추모 예배’에서조차 대통령 추도사에는 사과나 반성이 없었다. 진지한 반성 없이 책임자 규명과 같은 명확한 후속 조치도 이뤄질 리 만무하다.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참사를 진단하고 책임을 규명했어야 할 감사원도 참사 이후 1년이 지나서야 자료수집에 착수했다. 이마저도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지문을 내며 참사 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부의 책임 회피와 참사의 정쟁화 속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참사 피해자들은 조롱과 인신공격 등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대회에 참석해 참사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면, 정부의 잘못을 반성하고 안전한 일상을 약속했다면, 추모대회는 경건한 추모의 장이 됐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구실로 정치적인 갈등이 심화된 데에는 유가족과 시민의 추모 집회를 ‘정치 집회’로 치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국민은 늘 옳다는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민들은 국민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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