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아 사회문화부장
한현아 사회문화부장

작년부터 케이팝 가수의 콘서트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는 논란이 거셌다. VIP 좌석은 약 20만 원, 일반석이 약 16만 원 정도로 일괄 적용된다. VIP 좌석에 ‘사운드 체크’라 불리는 리허설을 볼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는 하지만, 무대에서 가까운 좌석은 전부 VIP좌석으로 배정돼 있기 때문에 좋은 좌석에서 콘서트를 관람하고자 하는 팬은 선택권이 없다. 코로나19 이전, 전 좌석 11만 원 정도로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몇 년 만에 거의 두 배로 가격이 인상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얼마 전 큰 관심을 모았던 브루노 마스 콘서트의 가격이 A석 7만 7,000원, S석 9만 9,000원, R석 13만 2,000원, G1석·G2석 25만 원·21만 원 등 총 8개 범주로 나뉘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기묘하다. 

이처럼 거대화된 케이팝 시장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은 상당히 극단적이다. 또 다른 예로, 팬 사인회는 형식상으로는 앨범을 구매해 사인회에 응모하고 무작위로 당첨자를 선발하는 형태다. 하지만 앨범을 많이 살수록 팬 사인회에 당첨 확률이 높아지도록 하는 방식을 기획사가 채택하고 있음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첨자를 추첨하는 방식, 과연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팬은 알음알음 퍼진 정보를 조합해 사인회에 가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앨범 컷’을 추측하고, 관련 정보를 구매하고, 몇십‧몇백 장에 달하는 앨범을 구매한다. 그 와중 아이돌 팬덤은 흔히 멸시의 대상이 된다. 한 아이돌의 팬 사인회에서 보안 검사를 위해 속옷을 검사하는 등, 모욕적이고 과도한 신체수색을 했다는 소식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속사정을 모른다면 팬과 가수의 사랑은 언뜻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에덴동산처럼 느껴진다. 관련해 일루즈는 ‘낭만적 사랑’이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대항이라고 보면서, 역설적으로 그것이 행해지는 방식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상품은 영화와 광고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에서 낭만적 아우라를 등에 업게 됐다. 그리고 이처럼 낭만화된 상품과 여가를 소비해야만 사랑이라는 유토피아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사랑은 더 이상 안식처라기보다 소비윤리와 밀착한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트 관행과 같이 마음과 약속을 주고받는 관계를 자유시장 경제 모델에 비유하기도 했다. 

팬의 사랑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사가 판매하는 사랑은 일루즈가 제시한 상품화된 사랑의 모델과 닮았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팬과 가수의 유대감과 사랑은 거대한 케이팝 산업이라는 시장과 결합하며 철저히 상품화됐다. 심지어 케이팝이라는 거대 산업을 대상으로, 팬은 상품을 주고받기보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노동력과 자본을 ‘주는’ 사랑을 한다. 즉, 케이팝 산업이 다른 어떤 비즈니스보다 극한의 이윤을 추구하고 소비자를 홀대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그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팬의 사랑에 기반한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음원 스트리밍, 앨범 구매, 공연, 팬 사인회, 굿즈 등 케이팝 산업 전반은 팬덤의 적극적 소비와 참여를 전제하고, 주로 어린 여성으로 이뤄진 이들의 광적인 열정을 기반으로 굴러간다. 이 과정에서 팬은 아이돌을 좋아하기 위해, 사랑을 담보로 많은 것을 희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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