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살펴보는 전쟁의 맥락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민간인을 인질로 납치하자,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쟁을 선포하고 가자 지구에 대규모 폭격을 감행했다. 전쟁은 지상전에 접어들며 더욱 격화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이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쏠린 이 시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영토 두 민족=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충돌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공식적인 자치 정부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구별되는 무장 정파다.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파생됐기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보다 종교적이고 과격한 노선을 취한다. 최영철 교수(서울장신대 교양학부)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세속적인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 단체라면, 하마스는 무슬림 형제단에서 파생됐기에 더욱 종교적인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단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악연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국을 선포한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국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밀약을 남발했다. 시온주의 운동*과 영국의 지지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주하며 아랍인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마찰이 커지자,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은 결의안에 따라 건국을 선언했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강석 교수(한국외대 아랍어과)는 “팔레스타인은 애초부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 점거했기에, 자신의 영토를 분할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강력히 반발하는 아랍 국가들과 중동 전쟁을 거쳐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점령했다. 

유혈 충돌이 계속되자 1993년 미국의 중재 하에 오슬로 협정이 체결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이 제시됐다. 김강석 교수는 “오슬로 협정의 의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구성했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공식적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로 인정받았다”라고 짚었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을 통해 두 국가 해법을 수용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달리,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영철 교수는 “하마스는 전쟁 이전 영토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영토에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강원구 연구교수는 “하마스는 두 국가 해법을 채택하는 것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강제 점령지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부정부패와 이스라엘의 점령지 확대로 삶이 흔들린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지지 아래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강원구 연구교수는 “이스라엘과 온건하게 협상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인기가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지지세를 얻은 하마스가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하자, 곧이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이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내전의 결과 현재까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각각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나눠 통치하고 있다. 

*시온주의 운동: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이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모여 유대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운동. 

 

◇하마스의 무모해 보이는 공격, 그 이면에는=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도 앞선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시키고 있다.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대우교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몰아내고 완전한 유대국가를 세우기 원한다”라며 “만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통합해 한 국가를 만든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는 아랍인의 수가 많기 때문에 선거에 불리해 아랍국가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무력 충돌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런 와중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가자 지구의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자, 하마스가 자신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에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한 2006년부터 가자 지구의 경계를 모두 봉쇄하고 물자와 이동을 전면 통제했다. 강원구 연구교수는 “지금의 가자 지구는 육상과 해상 통로 모두 차단된 상태”라며 “이는 단순한 봉쇄가 아니라 ‘지붕 없는 교도소’와 다름없다”라고 비유했다. 세계지역연구센터 이권형 소장은 “가자 주민은 전기와 수도의 배급까지 이스라엘에 의존하면서 자주적인 생존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영철 교수는 “희망이 없는 상황을 타파하고자 한 것이 하마스가 공격을 결심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관계 개선에 나서자 외교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하마스가 이를 와해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권형 소장은 “아랍 세계에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아랍 민족주의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0년 아랍에미리트·수단·모로코 등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등 최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적대적인 분위기가 완화됨에 따라 이런 대의도 약화됐다. 최영철 교수는 “특히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정상화 기조를 보이며 팔레스타인 문제가 등한시됐다”라며 “가자 지구 내에서 인도주의적 문제를 겪고 있었기에 더욱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얽히고설킨 역사적 맥락과 깊은 감정의 골로 인해 이번 전쟁은 더욱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김강석 교수는 “확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아랍 민중의 여론은 팔레스타인에 동정적이기에, 민간인 희생이 본격화되면 이에 따른 주변국의 움직임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한편 강원구 연구교수는 “지난 중동 전쟁과 달리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다른 아랍 국가들이 이번 전쟁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예상했다. 

두 국가는 서로의 완전한 축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기존에 논의된 두 국가 해법 등 공존을 인정하는 타협점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철 교수는 “근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정상 국가로 인정해야 하지만 양측 모두 그럴 의지가 없다”라고 평했다. 박현도 대우교수 또한 “팔레스타인과 주변국의 합병안이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연방국 건설 등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충돌하기에 어느 해법도 실현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장기화 양상에 접어든 전쟁은 수많은 희생을 낳고 있으며, 특히 봉쇄된 가자 지구의 주민은 구호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민간인의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팔레스타인 지역의 오랜 진통을 폭발시킨 전쟁의 향방에 주목해 보자.

 

삽화·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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