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 기자(취재부)
김진배 기자(취재부)

“전쟁 발발 시 규장각한국학연구원(규장각)의 귀중한 고문헌들이 가장 먼저 안전 지대로 이송된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라고 기자는 물었다. “국가 기밀이라 잘 모르지만 한국 전쟁 당시 고문헌을 부산으로 옮겼다는 사례에 비춰봤을 때 아마 비슷한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규장각의 학예연구사는 답했다. 이어 기자는 “규장각이 한국학 연구의 3대 축이라는 뜬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학예연구사는 “다른 기관에서 섭섭해한다”라면서도 “규장각이 없다면 한국학 연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응답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귀중한 문화유산을 우리가 보관하고 있다는 학예연구사의 자부심을 느꼈다. 

서울대에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나아가 『비변사등록』, 『고려사』, 『삼국유사』, 『동의보감』과 같이 가치를 헤아리기 어려운 문화유산이 서울대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기자는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이것의 일부를 서울대에서 보관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취재를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 중이다”라는 짧은 배경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기자는 몇 십만 점에 달하는 고문헌과 세계기록유산 6종, 국보 8종, 보물 30종, 등록문화재 2종을 보관하고 있는 규장각 소장 자료의 양과 질에 압도당했다.

직접 기관에 방문해서는 거대한 규모의 고문헌을 관리하는 연구원들의 열의를 볼 수 있었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다는 자긍심에서 비롯한 고군분투는 규장각에서도,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규장각의 학예연구사는 “오동나무는 온도와 습도 조절 능력이 탁월한 소재로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문헌을 보관하는 데 사용됐다”라며 “귀중본을 오동나무로 된 서고 안, 오동나무로 된 서재에, 오동나무 포갑으로 이중, 삼중 감싸 보관한다”라고 밝혔다. 기자는 고문헌을 향한 열정과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고문헌자료실 사서는 “이렇게 귀중한 자료를 서울대 구성원이면 열람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더 자주 도서관에 방문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는 취재차 고문헌자료실에 방문했을 때 이상이 디자인한 「조선과 건축」 1929년 판 표지와 『무정』 초판본 등 현대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모두 언젠가 한번은 듣고 배웠던, 모두 한번은 들어본 역사를 관통하는 문헌들은 우리가 몰랐을 뿐 서울대에,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 특집을 계기로 학우들이 오래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한 걸음 딛을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 이번 한 주는 가까운 도서관에서 고전을 펼쳐 보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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