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우(경제학부·23)
도현우(경제학부·23)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거세다. 반중 정서는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한국의 사례에서 특기할 수 있는 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방식이나 혐오 그 자체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중국인들에게 XX를 보여줘 봤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업로드된 중국 혐오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수십~수백만 회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종류의 영상은 대부분 게임이나 온라인상에서 만난 중국인을 대상으로 국가 감정을 자극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희화화해 오락거리로 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조롱하며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저열하다. 영상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들을 살펴보면, 우리 네티즌들은 이런 영상에 대해 자정의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대부분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차별적 행위에 동조하며 이를 단순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행태를 보인다.

비단 이런 오락성 콘텐츠에서만 혐오 표현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뉴스나 신문에 중국 관련 기사가 나왔다 하면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예외 없이 저주와 멸시의 댓글이 달린다. 온라인상의 품위 없고 폭력적인 반중 정서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점점 만연해지며 일상이 돼가고 있다.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2021년 현대중국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팀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청년 세대가 중국에 대해 비호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 1순위는 ‘교양 없는’ 중국인으로, 무려 48.2%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히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인은 교양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양인은 키가 작고 못생겼다’ 혹은 ‘흑인은 지능이 낮다’와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한국인은 중국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형성할 만큼 현실에서 중국인을 충분히 만나지 않으므로 이런 인식은 온라인 매체에 비친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중국인이라는 집단에 대한 일종의 고정 관념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무례하거나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종종 매체에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집단(한국의 인터넷 사회)은 그것을 접한 후 중국인은 모두 교양이 없다는 고정 관념을 형성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인식이 집단 내에서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번 ‘중국인은 교양이 없다’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만일 친절한 중국인의 모습을 봐도 그것은 ‘특별한 케이스’로 취급돼 화제가 되지도 않고, 곧 집단의 기억에서 잊히기 십상이다. 예의 바른 중국인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해서 중국인에 대한 집단의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 예의 바른 중국인은 일반적인 중국인이 아니라 단지 예외일 뿐이다. 그러다 무례한 중국인을 보게 되면 ‘역시 중국인은 교양 없고 무례하군’이라는 인식이 다시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중국은 우리에게 있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고, 우리 수출의 2할을 넘게 점할 만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중국은 한국을 비롯해 지구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중국을 미워할 수는 있어도, 미워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개개인의 감정에 대해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본인이 어떤 대상에 대해 특정 감정을 왜, 어떻게 갖게 됐는지는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턱대고 가져버린 혐오는 또 다른 혐오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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