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성 기자(사회문화부)
전민성 기자(사회문화부)

‘교육인적자원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교육부를 지칭했던 말이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당시 교육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적자원을 기르는 것이었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인간을 훌륭한 자원으로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가 택한 방법은 ‘무한 경쟁’이었다. 중학교는 ABC 등급제로, 고등학교는 9등급제로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별했다. 오직 4%의 학생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가혹한 경쟁으로 학생들은 내몰렸다. 이 치열한 경쟁의 승자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칭찬과 격려를, 패자는 비난과 질타를 받는다. 극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낳는 기형적 구조로부터 용기를 얻은 승자는 우월감 속에서, 질타를 받은 패자는 후회 속에서 경쟁을 몸에 익힌다. 뛰어난 ‘경쟁자’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부의 목표였다면 그 목표는 완벽히 달성된 듯하다. 이제 학생들은 남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받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성실함을, 그리고 언제든지 남을 짓누르고 올라설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자 양성 교육의 대가는 그 무엇보다도 가혹하다.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남을 이겨야 된다는 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 그들에게 연대는 그저 사치스러운 행동일 뿐이다. 결국 학생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로 사회의 구성원이 됐다. 그들은 그간 배운 대로 착실하게 경쟁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패배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그런 동시에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외부 집단과 소수에게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 여겨진다. 경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약자를 위한 연민과 공감, 인류애는 사라졌다. 오직 생존을 위한 본능만이 남은 한국은 이기주의가 득세하는 사회가 됐다.

그간 우리의 교육은 경쟁이 세상의 이치고 진리라 가정했고, 그런 사상은 사회 전체로 확장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착각일 뿐이다. 사회 속에서 패배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협력할 때 사회 전체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우리는 협력 없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도 어렵다. 매일 먹는 음식부터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까지 다른 사람과 힘을 합치지 않고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되돌아보자. 이제는 착각에서 벗어날 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있어야만 한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려주는 교육만이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를 교육이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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