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주관으로 다전공 활성화 위한 포럼 열려

지난 9일(목) 자연대 대형강의동(28동)에서 총학생회(총학)가 주관한 ‘학문의 선을 넘어보샤: 무학과와 다전공을 중심으로’ 포럼이 열렸다. 총학 강민주 교육국장(불어교육과‧20)은 “지난 7월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다전공 활성화 방안에 관한 포럼을 통해 본부 측의 고민과 의지를 확인했다”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본부와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라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배경을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발표자와 토론자 이외에도 유준희 학생처장(물리교육과)을 비롯한 교직원, 자유전공학부‧인문대‧자연대 학생회, 그리고 일반 학생들이 논의에 참여했다.

◇학과의 경계를 넘어, 무학과 입학제=지난 교육위원회 포럼과 달리 이날 포럼에서는 다전공 활성화를 위한 당면 과제뿐만 아니라 장기적 방향성으로서의 무학과 입학제에 관한 논의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무학과 입학제란 학과 구분 없이 입학한 후, 재학 중에 학과를 선택하거나 자기 전공을 직접 설계해 졸업하는 제도를 말한다. 

‘융합교육의 관점에서 본 무학과(입학제)’라는 주제의 발표를 맡은 신정철 교수(교육학과)는 “사회 변화에 따라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넘어 포괄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융합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교육을 위한 무학과 입학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 교수는 “무학과 입학제가 도입되려면 교수 활동이 학과의 경계에 얽매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학과는 학습 조직으로, 교수는 교육 조직으로 분리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 선발부터 재정 운영까지 모든 일이 학과 단위로 이뤄지는 현행 제도는 다전공 활성화의 제약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학과에 대한 교수의 소속감이 지나치게 강하고, 학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강의 개설이 어려워 교육과정이 경직적‧분절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는 교수의 소속을 학과와 분리해, 학과(부)나 대학원의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일본 규슈대의 사례가 제시됐다. 신 교수는 “학생이 아니라 교수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것이 무학과 입학제의 핵심”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다전공 활성화를 위한 당면 과제는=뒤이은 토론에서는 다전공 활성화를 위한 당면 과제와 무학과 입학제를 도입할 때 고민해야 할 사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토론 패널로는 △김연상 교무부처장(화학생물공학부) △기초교육원 이동환 부원장(화학부) △인문대 전 교무부학장 박진호 교수(국어국문학과) △자유전공학부 김준우 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2) △총학 교육국 한재민 부국장(지리학과‧22)이 배석했다.

총학 교육국 한재민 부국장은 다전공 활성화를 제약하는 원인으로 △학과에 따라 다른 전공 이수 학점 기준 △성적 중심의 다전공 선발 △강의 부족으로 인한 수강신청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에 김연상 교무부처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며 “수요가 많은 강의에 한해 300명 이상의 하이브리드 대형 강의를 개설하거나, 학생이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다전공 심사에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전공마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전문성의 기준이 다르므로 이수 학점 기준을 일괄적으로 맞출 수는 없다”라면서도 “크로스리스팅을 확대하는 등 유사 과목을 다시 수강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방청객들과의 자유 토론도 이어졌다. 박준영 씨(사회복지학과‧23)의 “추가 강의 개설이 어려운 이유가 강의실 부족 때문인가 교원 부족 때문인가”라는 물음에 신정철 교수는 “강의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지만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개설 강의를 늘리기 위해서도 공간 활용이나 수업 개설이 학과 단위로 이뤄지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며 학과 단위 행정의 비효율적 측면을 지적했다. 박진호 교수도 “현행 체계하에서는 학과나 단과대에서 여유 공간이 있어도 잘 공유하지 않는다”라며 “총학에서 부당하게 공간 사용이 반려된 사례를 수합해 본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무학과 입학제 도입에 앞서 함께 고민해야=무학과 입학제 도입 시 고려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자연대 오정민 학생회장(지구환경과학부‧20)은 “무학과 입학제에서는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군소 학문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수 기초학문의 후속세대를 키우는 것도 서울대의 주요 기능”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문대 김철진 학생회장(국사학과‧21)도 현행 인문대 광역 선발 제도의 예를 들며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박진호 교수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전공선택의 자유는 학생들의 권리”라며 “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두고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정철 교수 역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며 우려에 동의했지만 “교수와 학생의 소속 단위가 분리된다면 학과 정원을 확보하지 않고도 소수 학문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한편 무학과 입학제 도입에 따른 전공선택 지원 방안의 필요성도 논의됐다. 한준영 씨(화학부‧20)는 “무학과 입학제에서는 저학년의 전공 탐색 기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본부의 계획을 물었다. 기초교육원 이동환 부원장은 “전공 개론 교과목과 교과인증과정인 ‘Pathway’를 갖춘 첨단융합학부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무학과 입학제의 전면 도입에 앞서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유전공학부 김준우 학생회장은 “자유전공학부에서 주어지는 전공선택의 기회를 특정 전공에 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다”라며 “제도적 변화에 앞서 그 취지에 대한 학내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장원철 교수(통계학과) 역시 “통계학 전공에 지원했다가 막상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라며 “선택의 문호를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선택에 앞서 신중하고 깊이 있게 전공을 탐색하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날 포럼은 예정 시간을 넘겨서까지 활발히 이어졌다. 김연상 교무부처장은 “많은 교훈을 얻고 가는 자리”라며 “다전공을 위한 관련 제도와 학사 운영의 철학을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전했다.

 

사진: 이수진 수습기자 

polarbear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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