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센터, ‘대학원생 인권지표·실태조사 발표회 및 라운드테이블’ 개최

지난 8일(수) 법학강의동(15-1동) 203호에서 인권센터 주최의 ‘대학원생 인권지표·실태조사 발표회 및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이날 인권지표 발표는 연구책임자인 김석호 교수(사회학과)가 맡았고,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대학원생 패널과 교수 패널이 각각 4명씩 자리했다. 대학원생은 △한보화 씨(재료공학부 박사과정) △올리버 맥개리 씨(과학학과 석사과정) △송일찬 씨(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윤지원 씨(조경학 전공 박사과정)였으며 교수자로는 △강병철 연구처장(식물생산과학부) △대학생활문화원 이훈진 원장(심리학과) △공대 장호원 학생부학장(재료공학부) △권오남 교수(수학교육과)가 자리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준정 인권센터장은 “그동안 인권센터가 폭언이나 성희롱과 같은 개별 사건들의 해결에는 주력해 왔으나 통계 지표와 관련 연구의 부족으로 전반적인 인권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구가 대학원생 인권에 대한 통계적인 연구의 시작”이라고 본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학원생 인권지표 개발 및 실태조사 연구는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약 한 달간 대학원생 1,7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서울대의 대학원 재적생은 총 13,152명으로, 해당 연구는 모집단의 15%에 해당되는 2,000명을 목표 표본으로 진행된 것이다. 한편 참여한 대학원생들의 계열별 비율은 △인문·사회·예술계 29% △자연계 25% △공학계 19% △의학계 8.7% △전문대학원 18.3%로 구성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포용적 대학원 문화와 삶의 질 △교육 및 연구의 권리 △노동의 권리 △제도 및 거버넌스의 4개 영역으로 나뉜 인권지표에 대한 대학원생의 응답 결과가 소개됐다. 먼저 포용적 대학원 문화와 삶의 질 영역에서, 자신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응답한 대학원생의 비율은 56.5%로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에 그쳤다. 또한 대학원 내 휴게 및 자치공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4%로 집계됐다. 대학원에서의 삶의 질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실제로 대학원에 재학하며 자살을 생각해 본 대학원생의 비율은 22.6%였다. 김석호 교수는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의 비율이 한국 전체에서 15~18%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의 자살 관련 지표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상생활에서의 정신 건강 관리와 정책적인 수단의 활용을 통해 해당 비율을 낮춰볼 여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대학원생의 삶의 질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노동의 권리 영역에서는 42.8%의 응답자가 전반적인 노동 환경 및 조건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규정 노동량·노동시간 초과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9%로 응답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또한 수행한 업무에 대한 월급 수령액에 대한 질문에 무임금 노동이라고 답한 비율이 10.1%로 산출됐다. 이에 김석호 교수는 “대학원생은 공부하는 학생인 동시에 일하는 노동자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닌다”라며 “국내의 타 대학이나 많은 해외 대학의 대학원생 권리 장전에 연구자 및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보장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라고 밝혔다. 

교육 및 연구의 권리 영역과 제도 및 거버넌스 영역 지표의 조사 결과도 언급됐다. 교육 및 연구와 권리 영역에서 지도교수 선택에 있어 자율성이 있다고 인식한 비율은 65%였으나, 지도교수 변경에 대해 자율성을 인식한 비율은 31.9%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김석호 교수는 “지도교수가 변경될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학교가 충분히 조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 또한 23.8%로 매우 낮았다”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도 및 거버넌스 영역에서 서울대가 인권 침해에 대응할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31.1%, 서울대 내에 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한다고 믿는 비율은 35.3%로, 서울대 내 인권 보호 제도에 대한 지표에서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발표 이후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대학원생 패널들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보화 씨는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에 슬프고 공감이 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원에 재학하며 생기는 힘든 마음을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정신 건강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조금 더 접근하기 용이한 형태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영국인 대학원생 올리버 맥개리 씨는 지도교수 변경이 어렵다는 문제에 더해 “한국은 영국에 비해 지도교수 한 명당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많아 양질의 지도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대학원생 발언 이후에는 교수 패널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학생활문화원 이훈진 원장은 자살 관련 지표와 관련해 “대학생활문화원이 서울대 학생의 자살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기관이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대학생활문화원이 운영하는 ‘생명지킴이 교육’과 정신 건강 조절 프로그램에 더해 심리적으로 힘든 학생들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발언한 권오남 교수는 대학원생 인권 연구의 후속 조치에 대해 “이런 실태조사가 10년 전에도 시행됐지만 이후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인권지표에 대한 분석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정책적인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오늘의 논의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김진희 수습기자 jh020720@snu.ac.kr

인포그래픽: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