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분야 아시아 1위”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공개될 때면 대학 홍보 문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말이다. 기관별로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고 수치 몇 개로 대학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해당 조사 결과는 국내 대학 교육의 세계적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국내 1위 대학답게 서울대는 THE 세계대학평가 및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차 그 명성에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2024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순위가 56위에서 62위로, QS 세계대학평가에서는 29위에서 41위로 하락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일본 및 중국의 대학들이 선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 MIT,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의 시스템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새로운 교육의 흐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는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가까웠으며 앞서나가는 이들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데 힘써왔다. 그러나 훌륭한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과 교수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미미할뿐더러 수동적인 지식 전달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쪽은 지식을 전달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받아들이면 전부라는 태도가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당연한 사실에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시하며 사소한 질문도 주저하지 않고,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워 본인의 생각을 증명하면서 차별화를 모색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눈앞의 좋은 결과를 위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름길만을 쫓다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어떻게 MIT가 세계 최고의 공대가 됐으며, 하버드대가 노벨상 수상자 최다 배출 학교가 됐는지는 그들의 열정 넘치는 학풍과 더불어 학문을 대하는 교수와 학생의 태도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좋은 제도와 혁신적인 시스템에 주목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능동적인 태도와 노력이 중요하다.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하고,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만이 살아남는 것보다 태도가 경쟁력이 되는 학교를 상상해 본다.

 

조준형

전기정보공학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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