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지 기자(사진부)
최수지 기자(사진부)

『대학신문』에 입사한 후 맞이한 첫 여름방학은 소재 발제와 반려의 연속이었다. 계속되던 소재 발굴 작업은 ‘신한옥’에 다다랐을 때 마무리됐다. 처음에 이를 소재로 정한 이유는 신한옥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잘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고 많은 전문가를 만나며 외적 요소 너머에 있는 신한옥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취재를 돌아보니 가장 먼저 신한옥이 우리나라 건축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획일화된 도시 경관과 네모난 회색 건물들 사이에 살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삼청동이나 서촌에 놀러 갔을 때 들르는 한옥 카페는 왠지 모를 안락함과 내적 편안함을 선물해 준 경험이 있었기에 교수님들께서 한옥의 심리적 효과를 언급하실 때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또한 신한옥이 상업, 공공시설 등에서 점차 대중화되며 다른 분야가 아닌 건축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를 둘러싸는 공간이 한국의 전통과 만났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이 계승돼 삶의 한 부분을 이루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옛것을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해도 전통과 현재의 것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기 마련이다. 가령 한복의 경우, ‘경복궁에 놀러갔을 때 입는 옷’, ‘설날에 입는 전통 옷’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탄생한 개량한복 또한 일상에서 찾아보기 쉬울 정도로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한복이라는 전통 요소가 잊히지는 않더라도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옥은 건축에 있어 그 선을 지웠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한옥이라는 전통 양식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크게 어색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한옥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신한옥은 전통을 옛것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요소들과 결합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이룬다.

취재 초반에는 전통이 계승되며 현대적인 것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본래 전통 한옥이 지닌 가치와 의미가 희미해지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신한옥의 기준이 어느 정도 규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기준을 최소한으로 만족시키고 현대성을 최대한으로 추구한다면 전통성이 옅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를 마무리하며 단순히 전통의 순수함을 추구해 현대 사회와 전통 사이에 심리적인 경계선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이 둘이 결합돼 일상과 가까워지는 것이 의미 있는 계승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은 박물관에 전시됐을 때나 특별한 날에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한 축을 이룰 때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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