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종신형을 선고받더라도 20년 이상 복역하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는데, 개정안에는 판사가 종신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흉악범죄자의 영구 격리, 흉악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 국민 보호를 개정 추진의 이유로 내세웠다. 정부는 앞서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해 경찰의 무력 사용을 강화하고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일련의 흉악 범죄에 강경한 대응을 이어왔으며, 이번 형법 개정안 또한 이런 기조의 연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 범죄자의 형량을 강화하는 것은 범죄 예방 효과가 크지 않고, 되려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한국에서 1997년 12월 사형 집행을 중단한 뒤로 살인사건은 2012년 1,022건에서 2021년 692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엄벌주의가 범죄율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범죄 예방의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교도소 과밀화와 이로 인한 교정 비용 증가, 수형자의 교화 의지 상실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례적으로 엄벌주의를 택하는 미국의 경우, 그들이 도입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이런 부작용에 더해 일반 범죄로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 정부는 엄벌을 내세우기보다 형벌의 본래 목적을 고려해 사법체제를 개혁하고 가석방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유가족과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명분임을 고려한다면 진정 개선돼야 할 절차는 피해자 보호가 부족한 사법체제다. 현재 사법체제에서 피해자는 암묵적으로 가해자와의 합의를 요구받거나 가해자와의 원치 않는 대면 상황에 놓이기도 하며, 2차 가해 및 보복 범죄에도 취약하다. 또한 형사법의 목적이 처벌에서 예방으로, 응보적 정의에서 회복적 정의로 이행돼 왔음을 고려한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형법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석방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면 수형자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가석방 적격심사 과정을 철저히 관리함이 바람직하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수형자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기에 사실상 천천히 이뤄지는 사형과 다를 바가 없다고 평가된다.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는 피해자와 격리하는 것이 옳고, 국가가 일련의 강력 범죄에 대해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 구제책과 사회통합, 교도행정 개선 등 종합적인 접근 없이 정부 당국이 범죄자에게 사형과 다를 바 없는 형벌을 선고하겠다는 엄벌주의적 태도만을 견지하는 것은 시민의 분노를 범죄자에게로 돌릴 수 있을지언정,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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