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
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

‘인재상’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관의 인재상 설정에는 미션, 비전, 핵심역량 등 생각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흔히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 미션과 비전이다. 미션은 어떤 기관의 존재 이유인데, 영어권에서는 흔히 ‘mission statement’에 기재돼 있다. 우리 대학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 제2조에서 △학문의 자유를 존중 △새로운 지식을 창출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인재를 양성 △인류의 번영에 공헌 등을 천명하고 있다.

반면, ‘비전’은 지향하는 방향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또한 동일 기관이라도 세부 단위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우리 대학도 <2020~2023년 서울대 운영계획>에서는 ‘미래를 개척하는 지식 공동체’로, <2040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에서는 ‘창의와 융합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선도대학’으로 다소 다르게 서술하고 있다. 설정된 비전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주요 능력이 ‘핵심역량’인데, △공동체 역량 △도전 역량 △문제해결 역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학에서의 인재상은 과연 필요한가? 개인적 결론부터 밝히자면 그렇다. 각 대학의 인재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모든 대학은 점수로만 서열화될 것이다. 작지만 밀착 학습을 지향하는 대학, 글로벌 교류에 강한 대학, 공학 교육에 특화된 대학 등이 사례일 것이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가 저절로 입학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즉, 국내 타 대학교의 추격은 물론 세계 30위권 대학교와의 경쟁 속에서 우리만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의 선발과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대만 해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인재상 설정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헌장>, <2020~2023년 서울대 운영계획>, <2040 서울대 장기발전계획> 등을 발표했으며, 물론 2022년 대학 본부에서도 설문조사를 통해 인재상 및 핵심역량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이를 아는 구성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친 인재상 관련 연구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우리 대학에 아직 명확한 인재상이 없다는 반증이기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인재상이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두 문장의 인재상으로 조율하기에는 서울대에 너무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한 길이겠지만 제정 과정에서 거쳐야 할 ‘공감대 형성’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제정 후에도 설정된 인재상에 대한 대학 본부의 지속적 의지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교과 과정 및 비교과 활동은 물론 입시에서 졸업 후 진로까지의 전주기 과정에 인재상이 적용돼야 할 것이며, 학생들이 어떤 핵심역량에서 취약한지 체계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나의 인재상으로 귀결하기에 우리 대학이 너무 크다면 단과대, 경우에 따라서는 학부·학과 차원의 인재상 설정부터 시작해 보기를 제안한다. 이런 전략은 공학에서 종종 사용되는 접근방식인데, 풀고자 하는 시공간적 범위가 너무 큰 경우 분할을 통해 각 범위의 최적해를 찾은 후 이를 종합해 원래 문제의 최적해를 근사적으로 구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접근방식이 원래 문제의 제약조건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에, 단과대의 인재상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서 밝힌 미션의 큰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할 것이다. 

단과대의 인재상 추진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의 과정에서 대학 전체 단위로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또한 학문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에 인재상을 표현함에 있어 구체적 단어의 선택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대학이나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창의’, ‘융합’, ‘헌신’ 등 전형적 키워드를 구체화해 어떤 창의, 어떤 융합, 어떤 헌신을 지향하는지 명시한다면 구성원 간의 공감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또한 단과대에서의 실행기구로 ‘인재역량센터’를 두는 방안도 제안해 본다. 단과대학에서의 인재상 성공 사례들이 새로운 물결처럼 서울대 전체에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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