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환(정책학전공 석사과정)
최창환(정책학전공 석사과정)

룸메이트는 현재 30분 넘게 이를 닦고 있다.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증거다. 사전 정의에 따르면 그는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호에도 무감각하며, 특별히 관심 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드는 만성 신경정신 질환’ 환자다. 방금까지 책을 읽고 있던 그는 주제를 바꿔 이를 닦는 것에 강박적으로 빠져 있다. 당신이 그의 집중력을 보면 이를 닦는 일의 숭고함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부 시절 현우와의 동거는 학교 장애지원팀이 걸어온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장애지원팀 담당자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학생의 룸메이트를 찾는다고 했다. 그 학생이 현우였는데, 현우보다 나이가 많고 기독교인인 내가 적당한 후보자라고 했다. 독실한 신자인 현우 어머니는 기독교인 룸메이트를 원하셨다고 한다. 내게 전화가 왔던 것은 아마도 내가 기독교 동아리에 속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이미 살고 있는 곳이 있었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공부 시간을 빼앗길 것이었고, 여러 불편함을 생각하면 기숙사비와 장학금 지원은 전혀 혜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도 차라리 알바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와 살아보겠어?’라는 생각이 장애지원팀에 다시 전화를 걸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 이를 닦고 있는 룸메이트에 대해 30분 넘게 생각해 보고 있다.

선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이뤄진다. 그것이 내 경우처럼 호기심일 수도 있고,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것일 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야‒호”라고 잠깐 외치기 위해 몇 시간을 고생한다. 나에게는 정말 비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이런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들이 때로는 우리 인생에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의 결과로 “야‒호”를 외치게 된다.

현우와의 동거가 그랬다. 현우는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고, 내 신호에 민감하며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도 흥미를 갖는’ 친구였다. ‘증후군’이라는 특징은 현우의 일부였으며, 그 정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정한 것에 불과했다. 비록 했던 말을 반복하고, 한 주제에 몰두해 나에게도 가끔 스트레스를 주지만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명확히 측정될 수 없는 가치들이 많다. 선택의 기준으로 돈이 아닌 것들을 포함할 때, 비로소 가성비가 커질 수 있는 이유다. 또한 가치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숨어 있기도 하다. 가령, 내가 현우를 통해 배우는 것‒주변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 한 가지에 대한 집중력, 그리고 그의 순수함‒처럼 말이다. 이것은 과정에서 얻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그래서 나는 대학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환산될 수 없는 것에서 온다고 믿는다. 또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피어나는 벚꽃을 지켜보는 것이 때로는 A+ 학점보다 값지다는 사실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친구 한 명을 만나는 것이 대기업 취직보다 중요할 수 있음을, 대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낙엽이 물든 요즘, 교내 게시판에 시험 합격자 명단보다 이름 없는 시 한 편이 걸리기를 소망한다. 그때 대학의 가성비는 진정으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