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평생교육원 행정실)
이고은(평생교육원 행정실)

2017년에 고령사회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앞두고 있다. 작년 혼인 건수는 19만 1,690건으로 역대 최저치였으며, 합계출산율은 올해 2분기 기준 0.7명으로 역대 최하를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생산가능인구를 감소시켜 고령인구를 부양할 국민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20·30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의 원인으로는 솟아버린 집값, 좁아진 취업문, 삶의 가치관 변화 등이 꼽힌다. 그중 필자는 청년으로서 느낀 ‘가치관 변화 영향 요인’에 대해 연도별 키워드를 제시하며 기술하고자 한다.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뜻의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축약어로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2014년 배낭 여행기를 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으며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욜로족’이라고 부른다. 2015년 취업시장에 신조어로 등장한 ‘N포세대’는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포기한 것이 너무 많아 셀 수조차 없음을 뜻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축약어인 ‘소확행’은 2018년 올해의 유행어 1위로 뽑혔다. 이 키워드는 주택 구입, 취업, 결혼 등 인생에서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보여준다.

반면 2019년, 청년들은 ‘과시하다, 뽐내다’를 의미하는 ‘Flex’(플렉스)를 인스타그램(인스타) 해시태그에 걸기 시작했다. ‘#플렉스’는 호캉스, 오마카세, 골프, 명품 등 고가의 소비를 인스타에 올릴 때 꼭 동반되며 점차 유행이 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올해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명품 소비’ 전 세계 1위 국가에 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한국의 값비싼 청혼 문화가 결혼을 가로막고 있다는 기사를 6월호 1면에 실었다. 한국인은 화려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 가방을 받고 SNS에 자랑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를 위해서는 4,500달러(약 580만 원)가 든다고 비판했다.

필자의 견해로 봤을 때 신조어의 흐름이 2018년까지는 ‘크게 가진 것은 없어도 나의 작은 행복이 가장 소중해’를 추구하는 느낌이었다면, 2019년부터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남들’이 하는 좋아 보이는 것은 다 하고 살자’를 외치는 것 같다. 그런데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는 사진만 찍어 올리는 인스타 친구까지 ‘남들’에 포함하다 보니, 그저 평범한 일상은 초라하다고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국내 인스타 사용자 수는 지난 4월 2,167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42%가 인스타를 사용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하는 외부적·거시적 요인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일례로, 2019년부터 4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달성한 전라남도 영광군은 청년 일자리 장려금, 결혼 장려금, 신혼부부 전세대출 이자 지원으로 혼인율을 제고했다. 또한 신생아 양육비(첫째 500만 원·둘째 1,200만 원·셋째 3,000만 원), 공공 산후조리원, 공동 육아 나눔터 등 다양한 제도 덕분에 2022년 기준 출산율 1.81명을 기록했다.

다만 결혼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개인의 의사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가치관 형성의 기저에 어떤 문화가 만연해 있는지, 청년들이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지 등을 정책적으로 고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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